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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뭐 먹지?

by 홍재희 Hong Jaehee


무더운 여름에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요리하는 건 전혀! 전혀! 즐겁지 않다. 에어컨도 없는데 땀을 줄줄 흘려대면서 말이야. 아주, 아주, 귀찮고 성가시다. 배달음식은 싫고 나가서 사 먹긴 귀찮고 해 먹긴 더 귀찮고 조리 안 하고 끼니 챙겨 먹을 궁리.

생채소 씻고 놓고 달걀 프라이와 두부 부쳐서 한 접시.

여기다 사과랑 블루베리 넣은 요구르트.

어제 먹다 남은 찐 옥수수 반 개.

레몬 짜서 넣은 물 한 잔. 땡!

그래도 달걀과 두부를 부치는데 시간을 뺏겼어.

미리 달걀을 넉넉히 삶아놓아야겠다.

밥 하기도 귀찮으니 감자도 삶아두자.

두부는 부칠 필요도 없는 연두부를 사서 먹기로.

최근에 만난 지인이 나이 들수록 자긴 밥상에 김치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간다 했다. 그게 나이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만 난 그런 적이 없다. 친구가 먹으라고 준 김치가 아직도 남아있는걸 보면. 한 친구는 자신은 김치와 젓갈만 있음 라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했다. 나는 그렇게는 못 먹겠다. 젓갈 하나만 놓고는 도저히 밥이 안 넘어갈 거 같다.

한식은 기본적으로 밥과 김치가 있고 여러 가지 반찬을 놓고 먹어야 제 맛이다. 다양한 맛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게 우리 밥상 아닌가. 반찬 없는 한식은 앙꼬 없는 찐빵, 고무줄 없는 팬티 , 향미 없는 디카페인 커피처럼 느껴진다. 밥상 위에 달랑 밥이랑 김치 아니면 젓갈 또는 찌개 하나 놓고 먹는 건 끼니로 적당하지 않다. 영양적으로도 안 좋고 온통 시뻘거니 그림도 안 예쁘다.

조선시대 고봉밥 먹던 머슴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먹는 거야?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어쩌다가 급하게 라면에 김치를 먹는 거라면 또 모르겠다. 어차피 요리 안 하는 건 똑같은데 집밥을 그렇게 먹을 바에야 차라리 나처럼 먹는 게 낫겠다. 끼니때마다 반찬 하기 성가시고 밥상 차리는 게 귀찮다고 밥과 김치만 있는 식사를 하는 건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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