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기록 24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여행이 아니라 관광을(또는 휴양을) 할 뿐이다.
굴업도 낭개머리에서 똥 닦고 누군가가 버린 물티슈를 심지어 빛바랜 담배꽁초를 주우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에 대하여.
관광객은 구경꾼이지만 여행자는 관찰자이다.
관광객은 입장권을 남기지만 여행자는 자아성찰을 남긴다.
관광객은 시간에 쫓기지만 여행자는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관광객은 편리함을 쫓지만 여행자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관광객은 구경하지만 여행자는 보물을 찾는다.
관광객은 늘 배고프지만 여행자는 늘 갈증이 난다.
관광객은 주머니속을 보지만 여행자는 먼 길을 바라본다.
관광객은 풍경 속으로 여행자는 시간속으로 들어간다.
관광객은 늘 돌아오지만 여행자는 다시 떠난다.
관광객은 눈으로 담고 여행자는 가슴으로 담는다.
관광객은 길 위에 있지만 여행자는 사람 속에 있다.
관광은 자기과시지만 여행은 존중과 겸허를 가르친다.
단지 '나 여기 가봤다'를 전시하는 것이 관광이라면 '그 곳이 나를 불렀다'를 성찰하는 것이 여행이다.
관광은 무엇을 볼까가 먼저이지만 여행은 떠나는 것이 먼저다.
관광은 떠날 이유를 찾기 전까지 떠날 수 없고 여행은 이유가 없어도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삶이 여행이다.
삶이란 여행은 한 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다.
추억의 완성이 여행이라면 여행의 완성은 사람이다.셀카와 인증샷이 아니라.
여행이 아니라 관광을 하는 이들은 결코 깨닫지 못한다.
관광(tour)은 과소비와 탐욕을 부추키고 흔적을 쓰레기를 남긴다.
내가 여행길에서 관광객(tourist)을 피해다니는 이유, 관광객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 관광객이 꼴보기 싫은 이유다.
굴업도에 가는 여행자들. 백패커들. 뭣보다 관광객들.
제발 빈 몸으로 들어갔다 빈 몸으로 나오시라.
섬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라.
자신의 흔적은 발자국 말고는 아무 것도 남기지 마시라.
길을 떠나면 관광객(tourist) 이 아니라 여행자( traveler)가 되라.
관광(tour) 이 아니라 여행(travel)을 더 나아가 여정(journey) 를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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