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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부르는 이름

여행자의 기록 25

by 홍재희 Hong Jaehee



해가 바뀌고 날이 바뀌고 달력이 넘어가고 겨울이 막바지로 다다를 때 긴긴 어둠도 드디어 끝을 향해서 달려가는 새벽 무렵, 이슬 맞으며 떠난 여정

.




나는 공항을 사랑한다.

거대한 쇳덩어리가 가짜 날개를 펴고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광경을 볼 때 살짝 소름이 돋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며 맥박수가 빨라진다.

목적지 없는 가슴앓이, 근거 없는 설렘, 희망에 부푼 우울.

익명의 섬으로 나를 인도하는 저 불빛.

공항, 여행자를 부르는 그 이름.

아무도 아닌 누구도 되는 이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

현대인에게 시간의 여인숙인 이 곳.






사내는 한참을 서 있었다.

기다림 없는 기다림으로.

뜨고 내려오는 비행기를 먼 수평선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두고온 집을, 떠나온 사람을,

가야할 방향을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익명의 섬으로 나를 인도하는 저 불빛.

공항. 여행자를 부르는 그 이름.

'아무도' 이거나 누구나' 인 이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

현대인에게 공간의 여인숙인 그 곳.

공항.




공항, 그 이름이 부르는 여행자. 길 떠난 집 떠난 사람이 외롭지 않은 유일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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