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1
내 국민학교 저학년때 아주어렸을 적 일이다. 신당1동 우리집이 판자촌에서 탈출하여 역 기역자 방세칸 기와집을 마련해서 여덟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곳에 정말 바보같이 착하고 귀도 주인집같이 역기역자로 꺽이고 눈망울 헤맑고 웃음 헤푼 내 개가 있었다. 내방은 철문 바로앞 푸세식 화장실 마주본 문간방. 그개는 그 화장실 옆, 딴엔 아버지가 지어준 목조단독 주택에 살았다. 우리집에서 자기방 가진건 그 개 하나였다. 난 학교 갈때 부모형제보다 그 개와 끌어안고 집에 올때 그개와 또 끌어 안고 둘이 늘 바보같이 웃고 헤맑았다. 어느날 그개가 새끼를 낳았다. 아부지가 누군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난 창호지 방 문틈으로 거무틱틱하거나 하얀 조막만한 강아지가 끈적한 액체 뒤집어 쓰고 눈감은채 쓰윽 나오는걸 숨죽이고 보았다. 그리고 그 너댓마리가 눈을뜨고 걷고 굼뱅이 같이 엄마 젖 주위를 맴돌며 개구진 성장을 하는걸 똑같이 그들 마음으로 함께 하며 보았다.
그 애들이 어디론가 하나씩 사라지는 이별을 맛보았다. 그 자그마한 집에 한마리도 버거웠으니 이넘들 자라면서 어디론가 부모님이 주었겠지 ..
그리고 어느날인가 학교 갔다와서는 어미도 없어진 걸 알았다.
난 3일 내내 울었고 (자식들 사라질땐 그런갑다 했었는데..) 미확인 추정이지만 길건너 보신탕집으로 갔다는 나중의 이야기에 그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맞다 무너져 내린다는 말은 그때 쓰는 걸게다. 아무튼 세상에 태어나 제일큰 이별과 억장 무너짐을 느낀 우리 바보 같은 누런 개와의 사연.
지금도 그 서럽게 울던 내가 내안에 보인다.
개-2
노후에 귀농하겠다는 꿈에 연고도 없는 충주호가 보이는 산비탈에 땅을 덜컥 샀다. 그곳에 모시던 양아버님이 개사육 분양 사업을 조그마하게 해보겠다고 비글이 도베르만 시추 대형견 피레네이즈 등등 씨견이라 할만한 좋은 개들을 키우셨다.
난 농장 4천평을 사고나서는 주말에 수시로 충주호반을 달려갔다. 사실은 개가 더 좋았는지 모른다. 영국제 사냥개 비글이 두마리. 요롱이(허리가 긴 체형) 이넘들이 어찌나 산을 잘 타는지 두마리 댈고 산을 누빌라치면 멧돼지건 호랭이건 두려울게 없었다. 그리고 1박2일 프로에 한참 나왔던 상근이와 같은 종 피레네이즈. 암. 수. 두마리씩. 하얀암놈은 얼굴도 얇상하니 이쁜 여시같이 생기고 허리도 잘룩 몸매도 이쁘고. 숫놈 두리(내가 지은 이름) 은 머리만 껴안아도 품언에 안들어오는 대박 두빅이 개.
얼굴이 꼭 사자후 같아 가끔 그의 등을 올라타고 짖꿎게 괴롭혀도 날 개무시.
아무튼 그넘들은 너무 크고 겨워서 커다란 우리안에 하나씩 넣어놓고 키우며 난 주말에 그넘들 보러 서울서 달려 가고 오고 ..
피레네이즈 그넘들은 겨울에 똥 치우려면 삽과 정을 가져가야..며칠 싸 놓은 똥이 여기저기 제주 오름같이 솟아 얼어 있고 이거 치우기가 젤 힘들고 치우러 우리에 들어가면 곰 같은 놈들이 그동안 답답함에 미친듯 날뛰어 참으로 곤혹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느해 여름. 비오는 날 그 수려한 대형견 두리 똥을 잠깐 치우는 사이 이넘이 일냈다. 순식간에 우리를 탈출하여 호숫가 마을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염없이 내리는 여름 장대비 속으로..
뒤쫒아 달려갔지만 오랫동안 좁은 우리에 갖힌 농축된 힘을 따라잡을수가 없었다. 에잇! 포기. 맹견은 아니니 별일 있겠나 싶으며 찝찝한 청소를 마치고 쉴무렵 마을 회관 방송이 들린다 하얀 황소만한 개가 마을 숲을 헤집고 다니니 찾아가라고.. 아버님과 카니발로 굵은 밧줄 들고 내려갔다. 여전히 장대비는 주룩주룩. 그 멍청한 두리는 한시간 넘게 뛰다니다 거의 지쳐 퍼져가고 있었다. 늘 갖혀있었으니 오죽 운동부족 이었겠나?? 지 채력도 모르고 천방지축 뛰다니다 퍼진게지… 개가 개다운 생활을 못한 채 큰게 너무안스러웠다.
아무튼 온 몸에 젖은 여름풀 뒤집어쓴 채 가픈 숨 헐떡이며 도망도 못가고 서있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그넘의 고목 허리둘레 같은 목덜미에 밧줄을 메고 카니발에 묶은채로 그넘 걸음걸이 속도로 장대비 내리는 시골길 아스팔트를 비상등켜고 가면서 양쪽 사이드 밀러를 힐끗힐끗 본다. 잘 따라오나 .. 참 어이없는 풍경이었겠다. 소도 아니고…비에 쫄떡 젖은 누런풀 초록풀 다 뒤집어쓴 하얀 개라니…
집을 백여미터 남겨둔 오르막 시점!
미러에 개가 사라졌다. 좌측도 우측도.
어??₩&@“” 불길하다.
순식간에 뛰어내려 뒤에 가보니 개는 이미 축 느러져 바닥에 끌려오고 있었다 하늘에선 굵은 빗방울이 검은 아스팔트를 튀기고 우리 상근이의 퍼져누운 위로 하염없이 내리고….
하얀털 입가엔 빨간 핏기가 어리고 눈은 이미 감기고. ..
다행히 아직도 배는 볼록인다.
그놈의 무거운 머리를 주저앉아 내다리위로 감싸안고 때려도 보고 입에 숨도 불어넣어보고. ..
영 안돌아 온다. 작업복 덮어주고 집으로 뛰어올라가 블랙아웃된 머리로 꿀단지를 찾아 뛰어내려온다. 수저로 꿀을 퍼 먹인다. 몇수저 퍼 넣어봐야 한수저 양도 못 먹였다. 아직도 멍청한채 배의 움직임만이 살아있음을 알리는데 눈물이 절로 절로 난다. 이 장대비에…
눈물인지 콧물인지. ..
다시 때리고 맛사지하고 양미간을 지압하고 할수 있는 걸 다해본다.
아—- 그넘이 눈을 힘겹게 실날 같이 뜨고 나와 1미리 틈사이로 눈을 맞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무거운 개새끼?? 를 들쳐매고 차로 옮겨 방까지 가서 계속 쓰다듬고 어루만져 제법 살아나자 핏기 어린 코와 입가에 빙긋이 미소짓던 그 미운 두리. 사자같은 두리!
세상에서 젤 영리하고 과묵하고 우주같아던 두리. 나의 프랜 나의 파숫군.
안녕 두리!!!
너무 보고 싶다.
개만도 못하단 말 함부로 쓰면 안된다
보통은 개만도 못할 때가 많은 우리다
해어짐이 싫어서 개를 못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