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봄

by 토니


어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엘 갔다.

몇가지 검사를 받고나니 아직도 진료시간이 한시간 남짓 남아 뭘할까 하다 진료전 심장의 반응도 볼꼄 아직 쌀쌀한 캠퍼스를 한바퀴돌아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라는 광혜원담벼락이 오늘따라 유독 정겹다.

아침부터 마음이 울적했다. 이번 진료가 심상치 않으리라는 느낌에 애써 담담하려해도 요며칠 마음이 묵직하니 자꾸 어디론가 기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별것 아니겠지 혹은 별일이라도 잘될꺼야 이런 차원의 느낌보다 좀 다른 무엇.. 조금 슬프기도하고, 체념 같기도하고,달관같기도한 무엇!

광혜원 담벼락을 벗어나 뻥뚫린 세종로 같은 연대 메인 로드를 접어든 순간 몽련 망울, 개나리 멍울. 이름모를 화초나 나무들 새순 막 터져나오려고 맺친 겨울눈들. 그리고 싱그러운 누런잔디… 진짜 누런 잔디가 싱그럽다. 한여름 초록 잔디보다 옛날 국민학교앞에서 팔던 병아리들 누런 솜털같이 어쩜 그리 싱그러운지..오늘 처음 느꼈다.

그리고 군데군데 천막치고 동아리 홍보 활동하는 피끓는 맑은 청춘들. 그 모든 초목보다 더 봄같은 우리의 청년 청춘들.

오늘따라 어쩜 그리 똘망똘망하고 지적이고 밝고 당당해 보이던지…

빙그레 내 대학 시절을 떠올려 봤다.

난 연세대가 제일 가고 싶었다. 그런데 재수하고도 못같다. 연세대가 그냥 좋았었다. 고등학교시절 연세대를 처음 가서 보았던 그인상, -캠퍼스, 건물. 학생 숲 하늘. -세련된 서양문물같은 모든것이 콱 박혔는데도 못갔었다. 지금 다시 그시절로 돌아가서 도전하라면 금방 할것같은 자신감에 빙긋이 웃어본다.

그 학생들의 밝은 외침속에 이한열 동산이 흘러간다. 이한열 동상 나무의 꽃망울은 왠지 더 힘이 느껴진다.

그렇게 천천히 내 교정같이 내 인생같이

주인인척 걷다가 걷다가 윤동주 문학관에 다달았다. 일제시대 창문같은 문입구에 보존차 예약입장만 허용한다는 안내문구조차도 정겹다. 바깥차경이 반사되어 흐릿하고 어두운 안쪽에 윤동주가 사각모에 검은 망또 교복입고 책상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좋다 정겹다.

또 걷는다. 날이 아직 쌀쌀한데 국적도 모를 이국학생들 -마치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짬 라이너 마리아릴케

패.경.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 (별헤는밤) - 같은 한무리가 야외테이블에 앉아 다국적 언어로 맑게 재잘댄다. 가끔 들리는 박장대소가 얼마나 흐뭇하던지…

갑자기 손목에 아이와치가 진동한다. 진료 세번째 순서라고 진료실앞에서 대기하라고… 어느새 한시간이 다 갔었구나.

캠퍼스의 봄이 꿈으로 나타나 내 그리운 추억과 현실로 만나고 있다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부지런히 뛰었다.

잘난 주치의는 기분이 별로 인것 같다.

전공의 파업사태? 멘토 원장님의

전화? 하루종일 개피곤?? 암튼 불안한 난 아랑곳 하지않고 사뭇 명령조 책임회피조의 위험요소만 줄창 늘어놓고 월욜에 입원하란다. 그래. 난 환자고 넌 위대한 주치의 교수님이지. 맞아. ..

공손해야지. .. 고맙습니다 교수님.

90도 배꼽인사 하고 나온다.

에잇! ₩&@“&&@.

그래도 감사하자. 이난국에 이렇게라도 스케줄 잡혔음을 ,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의사라잖아. 위로가 된다. 되..

다시 교정을 걷는다. 파란 하늘이 보인다. 오늘따라 유독 하늘이 파랗고 광혜원 기와 검회색이 세월의 깊이를 더하고 그 위로 세브란스 본관의 위용이 어마어마하다. 저 건물 18층인가 거기서 아버님이

꼭 이맘때 마지막을 보내셨는데….

벤치에 앉아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내 옛날 모습같은 캠퍼스 커플들을 뒤로하고 천천히 연세대 정문을 나선다.

연대정문앞 신호등엔 언제나 사람이 한가들이다. 민주 열사들의 목숨건 투쟁이 만들어낸 수많은 자유들이 부지런히 사거리를 건넌다.

오늘 하루가 길진 않지만 내 생각은 어느새 40년을 걸어 긴 횡단 보도를 건넜다.

봄이 하나가득인 캠퍼스의 하루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