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날이 갈수록 몸이 나무토막처럼 점점 뻣뻣한 느낌이다.
수술한 척추뼈를 중심으로 등 전체를 타고 오는 근육의 뻣뻣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병사님이 내 등을 두드리며 마사지를 해주셨다.
A간병사님의 등마사지가 없었다면 내 등은 그대로 굳어 버릴 것만 같았다.
사람의 온기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A간병사님의 마사지로 인해 얼어버릴 것만 같은 내 몸뚱이가 풀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런데 병실에는 여러 명의 간병사들이 있었다.
그중 싸움닭처럼 항상 시비를 붙은 B간병사가 있었다.
어느 날 B간병사는
“기운도 좋아, 환자에게 그런 식으로 마사지를 해주면 손가락이 남아나? 혼자 왜 튀려고 저래” 비아냥 거리며 A간병사님에게 말했지만 A간병사님은 못 들은 척 나에게 마사지를 계속하셨다.
그런 소릴 듣고 들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뭐라 쏘아붙이려 했다.
그러자 A간병사님이 눈짓으로 말렸다.
난 속으로 ‘오늘 하루는 참지만 또 한 번 걸려봐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침나절 혼자서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그 간병사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돌보는 환자가 자기는 왜 마사지를 안 해주냐고 하면 달리 피할 방법이 없었다. 원래 돈을 더 줘야 마사지를 한다고 하면, 서로가 껄끄럽게 되는 거야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피곤하고 힘도 드는 일이기에 그런 소리를 한 것이었다.
그쪽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나는 수양이 덜 된 인간이라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며칠 후, 결국 B간병사의 말 한마디로 내 평정심이 깨져버렸다.
B간병사가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마사지하면 돈을 받아야지, 얼마를 받는 거야” 여사님은 대꾸도 하지 않고, 그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번엔 내가 B간병사를 째려보니, 내 눈을 피해 핸드폰을 보며 혼잣말로
“다른 간병사들도 생각해야지, 혼자 또 그래”라며 중얼중얼거렸다.
너무나 괘씸하고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싶었지만, 병실에서 싸워봤자 남는 것도 없고 간병사 보다 나이 어린 내가 성질 못된 놈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속으로 ‘당신이 내 입장 돼봤어! 다리가 안 움직여서 여사님이 마사지해주시는데, 당신이 뭔데 하라 마라야! 젊은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 안타까워서라도 그런 말 하는 게 아니지!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마음속에 있는 말 없는 말을 쏟아냈었다.
그리고 북받친 악감정은 모두 묻어 두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말을 했다.
“아주머니, 보시다시피 사고로 인해 제 다리가 마비 상태예요. 여기 여사님이 마사지 자극이라도 계속 주면 혹시라도 신경이 살아날까 봐 이렇게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돈보다는 제 아내가 여사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려서 여사님이 제게 마사지를 해주시는 거예요” 화를 억누르고 차분히 말했다.
내 말을 듣고 양심에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B간병사는 병실을 나갔고, B간병사 담당 환자가 “젊은 양반이 이해를 하셔”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B간병사는 모진 세월의 풍파를 혼자서 감당했는지, 얼굴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담당환자가 침대를 올려달라, 내려달라, 부탁하면 짜증도 많이 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간병하러 온 사람인지 감독하러 온 사람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그 후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내 상황을 설명한 후로는 더 이상의 시비는 없었고, 얼마 후 B간병사 담당 환자가 퇴원하면서 이 병원에서 B간병사가 일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