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교수님한테 발목이 살짝 움직였다는 소식이 전했는지, 아침 회진 시간도 되기 전에 정형외과 교수님이 오셨다.
워낙 응급수술이 많으신 분이라 아침회진은 주로 젊은 주치의 선생님이 대신하였고, 수술 이후로는 거의 얼굴을 뵙지 못했다. 그동안 아침회진에서 뵐 수 없어서 섭섭한 마음뿐이었는데, 의사의 상징인 흰색 가운도 걸치지 않은채 출근과 동시에 나를 보기 위해 찾아와 주신 모습을 보고, 섭섭한 마음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교수님은 걱정반 기대반의 얼굴로
“어제 보고 받았어요. 발목이 움직여요? 한번 움직여 봐요”
나는 다리를 쭉 펴고 왼발에 힘을 꾹 주면서 발목을 아주 살짝 움직였다.
움직였다기보다는 발목이 떨리는 수준의 미동이었다. 그러나 그 미동이 정형외과 교수님한테는 큰 움직임처럼 보인 듯했다.
“정말 움직이네요. 걱정 많이 했어요. 뼈가 부러지면서 신경을 꽉 눌러 버려서 중추신경이 얼마나 손상되었는지 걱정 많이 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네요.”
나는 기대반 설렘반으로 물었다.
“교수님! 발목이 움직이면 좋은 징조인가요?”
“징조는 좋지요, 근데 아직까지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어쨌든 발목이 움직인다는 건 좋은 거예요. 오른발도 한번 움직여 봐요”
오른발에 힘을 꽉 주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기대했지만 오른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나는 오른손잡이, 오른발 잡이인데 오늘발이 안 움직이고 왼발이 움직이다니........ 언제쯤 오른발 발목도 움직일는지........
정형외과 교수님은 발목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지금 당장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어쨌든 발목이 움직였으니, 재활을 정말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치의에게 재활의학과에 연락해서 빨리 재활치료 계획을 잡으라고 하셨다.
나는 하루에도 수백 번 발목을 끈으로 묶고 당겼다. 매일매일 발목아 움직여라 텔레파시를 보냈다.
나의 노력에 정말로 칭찬을 해주고 있다. 실낱 같은 희망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지금의 이 작은 움직임이 나에게 어떤 희망으로 돌아 오질 아직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희망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