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물러가고, 찌는 듯한 폭염이 시작되었다. 병실에는 중증 환자들이 많아 에어컨을 강하게 틀 수 없으니, 우리는 각자 개인 선풍기로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오늘은 비가 올 듯 바람이 불어, 병실보다는 밖이 더 나았다. 그래서 바깥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척수 손상 환자분 한 분이 이미 먼저 나와 바람을 맞고 계셨다.
그분의 부인과 간병사님은 나와 그분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셨다. 나는 그분께 “또 좋으시겠어요”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어찌 보면 박진영이 말한 ‘공기반 소리반’이 아니라, ‘부러움 반, 시기 반’이 담긴 말이었다. 그러자 그분은 한숨을 쉬시며, "좋긴 좋은데... 화장실에서 볼일 한 번 제대로 보는 게 소원이에요"라고 하셨다.
그렇다. 그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침대에서 휠체어로의 이동, 이른바 ‘휠체어 트랜스퍼’가 쉽지 않다. 하체에 힘이 전혀 없는 상태라, 상체 힘만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팔은 가늘고, 배가 많이 나오신 상태였다.
누구나 저마다 사정이 있는 법이고, 하나가 잘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는 법이다. 팔 힘을 기르고 싶어도 나이가 있으셔서 근육이 잘 붙지 않는다고 하셨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근육 생성이 어려워진다. 젊을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 온 몸이었다면 조금 수월했겠지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셨다고 하니, 근육을 기르는 건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분은 침대에서 대소변을 보는 게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며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그 마음, 나는 이제 십분 이해가 된다. 만약 내가 다치기 전, 멀쩡했을 때 이 말을 들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마음 깊이 공감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나 역시 다쳐본 몸이기에 그분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습하고 더운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그분과 나눈 짧은 대화를 통해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침대에서 휠체어로의 이동은 가능하지만 대소변이 어렵고, 그분은 대소변은 가능하지만 침대에서 휠체어로의 이동이 어렵다. 서로의 처지를 생각해보니, 결국 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
오늘은 그 말이 유독 마음 깊이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