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뇌출혈 환자의 기억

by 우철UP


내 앞의 환자는 집으로 가는 퇴근길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이곳으로 이송되어 큰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큰 수술의 흔적은 그의 머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의 머리에는 단 한 터럭의 머리카락도 없이 삭발되었고, 1/3 정도 두개골을 열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간호사 선생님이 그 환자에게 가서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 환자분 올해가 몇 년도 예요?‘ 그러면 그 사람은 한참을 생각한 후에 어눌한 말투로 ’ 2005년 요‘라고 말한다. 간호사와 그 환자와의 대화는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중 하나이다. 그 질문을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을 꼭 한다.


점심밥을 먹고 나서, 그의 부인이 병실로 돌아왔다. 간호사가 똑같이 물어보자 그 사람은 똑같이 2005년으로 대답했다.

늘 똑같은 대답이니,

그 사람에게 2005년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번에도 2005년이라고 대답을 하자, 그의 부인은 ’첫사랑 그녀야? 누구야?‘ 그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가식 없는 순수한 소년의 미소로 그냥 씩 하고 웃었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도대체 2005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올해를 2005년이라고 이야길 하는지.

그의 부인을 통해서 2005년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해 두 사람이 대학에서 처음 만난 해라고 말해주었다. 그가 왜 매번 2005년이라고 이야기했는지를 사람들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 남자의 기억은 올해가 2005년으로 세팅되었고, 그 시절이 그에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과거의 2005년에서 차차 기억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그의 부인은 ’언제 14년을 건너뛸 거야~ 빨리빨리 돌아와 ‘ 하며 그 남자에게 속삭이는데 행복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애틋해 보였다.




그로부터 지금은 몇 년이 지났다. 신혼부부인 그들은 잘살고 있을까? 그의 기억은 지금 현재로 돌아왔을까? 뇌기능도 많이 살아나 여느 부부처럼 아웅다웅 잘살고 있을까? 정말로 궁금하다. 그런데 말이다. 다들 그 남자의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어 그 신혼부부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 수군수군거렸다. 하지만 난 기적을 믿고 싶다. 그가 회복되어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헤어지든 헤어지지 않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헤어졌더라도 각자의 인생을 행복하게 설계하며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퇴근길에 일어났던 그날의 사건은 사고일 뿐, 그 누구의 잘못도 그 누구의 탓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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