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어느 30대 가장의 웃음.

by 우철UP


내 앞의 뇌출혈 환자는 퇴원을 했다. 이번엔 30대 초반의 얼굴도 매끈하게 잘 생기고, 웃음도 많고 활기찬 분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에게는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하루에도 여러 명의 문병객을 맞는 것을 보고,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을 셰프라고 소개했다. 포장마차 셰프.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포장마차를 하는데, 현진건의 ’ 운수 좋은 날‘도 아니고, 그날따라 밤늦게까지 장사가 잘되어 평소보다 더 늦게 끝났다고 했다. 그날은 벌이가 괜찮아 힘든 줄도 모르고 늦게까지 짐 정리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오른쪽 다리뼈가 으스러져 무릎 이하로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부모님과는 매일 연락을 하고 있으나, 연로하신 관계로 병원에 오실 형편은 못되고, 부인은 어린아이를 돌봐야 하기에 병원에 올 형편이 못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을 부러운 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리 절단 환자이지만 늘 웃고, 활기차 보였다. 어찌 보면 참 특이한 케이스이다. 재활치료실에서 보면 다리 절단 환자들은 의족을 차고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종종 목격된다. 대부분, 아니 거의 모두 얼굴표정이 어둡다. 그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들의 어두운 표정은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다.


여하튼 내 앞의 환자는 돈키호테 같이 늘 기운차고 활기차 보였다. 항상 킬킬 거리며 웃고, 즐거워했다. 내 옆의 척수손상 환자분과 나는 다리가 있어도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다리를 붙잡고 하늘만 쳐다보고 한숨 쉬고 있는데, 그는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어, 처음엔 저것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고, 그 사람과 비교해 나는 비관적인 사람, 그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비교되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사람은 다리가 없지만 웃고 긍정적인데, 나는 다리가 있는데, 하늘만 쳐다보고 ’ 아이고 내 다리 언제 움직이나 ‘하고 있으니 간병사들 눈엔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도 사람인지라 사람을 그리워했다. 나에게 찾아온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눈빛이었고, 특히 가족들이 방문할 땐 그의 슬픈 눈을 숨길 수 없었다. 겉으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속엔 늘 그리움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약도 아니라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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