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반야심경

by 우철UP


아침부터 폭염 경고 문자가 날아왔다. 그러나 병원이라는 공간은 더우나 추우나 항상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으니 더운지도 모른다. 이런 공간에 갇혀 있으니 계절도 무감각해졌다.

계절에 대한 감뿐만 아니라 중요한 것은 무감각한 내 다리이다. 힘없는 처진 다리를 보며, 답답한 나날이 이어지다 보니 병원에 있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두 발로 자유롭게 다니던 그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데, 이제는 까마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답답하면 책도 읽고 공부라도 하면 좋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난독증 환자처럼 글자가 전혀 안 들어온다.

병원 본관 앞에는 자동차 회차 구간 있다. 천천히 돌고 도는 차량을 바라보며, ’ 차들이 참 천천히 달린다.‘ ’ 뛰어들기 좋게 빨리 달리면 좋을 텐데.‘라는 아주 엉뚱하고 나쁜 생각까지 하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신과 함께라는 영화에서 보면 스스로 인생의 끝내는 사람에겐 저승에서 엄청난 형벌로 다스린다고 했다. 살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보며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로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재활운동이 끝나면 오후 시간은 텅 빈 시간이었고, 공허한 시간에 혼자 있다 보니 잡생각에 나쁜 생각까지 겹치게 된 것 같았다.


이래서 사람이 혼자 있지 않고 종교를 가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신자이다. 그래서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절에 다니긴 했다. 하지만 어머니처럼 독실한 신자는 아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유명 사찰은 구경하러 다녔지 불교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였다. 그렇다고 기독교나 천주교를 믿었던 것도 아니다. 특정 종교에 기대지 않고 살아온 삶이었다.


도저히 마음이 안 잡히자 형이 불경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병원 밖에서 바람을 쐬면서 ’ 반야심경‘을 들었다. 들을 때 머리가 맑아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멍해졌다. 그렇게 멍하게 있으니 오히려 더 좋았다.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나쁜 생각도 안 들고, 좋은 생각도 안 드는 멍 때리기가 딱 좋았다.


아제아제바라아제, 나무관음세음보살.


지금도 머리보다는 마음이 아플 때면 반야심경을 듣는다. 아무 생각을 안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내가 무념무상의 경지는 절대 아니다. 그냥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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