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리는 힘이 없다.
그래서 허공에 주먹질하듯 힘 빠진 느낌이고 감각은 여전히 희미하다.
도대체 다리 힘이 어느정도인지, 오늘 검사하기로 했다. 의자에 앉아 각종 센서를 다리에 붙이고, 힘을 주라는 지시에 따라 수축하고 이완하며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발목 힘이 꽤나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0점. 하하하.
대퇴사두, 그러니까 허벅지 근육도 그래도 꽤 괜찮다고 여겼지만, 80대 노인의 근력 수준이라고 했다.
엉덩이 뒤쪽과 햄스트링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근수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100세 넘은 노인의 근력이겠지. 그래도 기계는 거짓말을 못 하니, 받아들이되 마음에 너무 담지는 않기로 했다. 나는 내 방식대로, 근력의 나이를 앞당길 것이다.
기립성 저혈압 검사는 경사대에 누운 채 갑자기 세워 혈압의 변화를 보는 검사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올라오는 길에 샤워장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들어가 보니, 누워서 샤워할 수 있는 ‘샤워침대’가 있었다. 오호라~ 그동안 척추보호대 때문에 샤워를 못 했는데, 이 침대에 눕는다면 샤워가 가능하지 않을까?
곧바로 주치의 선생님께 여쭈었더니,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동안 척추보호대라는 보호장치 때문에 물수건으로 닦는 게 전부였는데… 드디어, 60일 만에 샤워를 하게 되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척추보호대를 푼 채 침대에 누워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았다.
이 얼마나 기대하고 고대하던 시간이었던가.
온몸을 적시는 시원한 물줄기에, 진심으로 행복했다. 두 달 동안 샤워를 못 해 때가 엄청나게 나올 줄 알았는데… 타고난 피부결 덕분인가, 때는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것.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치고 나서야, 삶이 바뀌고 나서야, 비로소 느낀다.
그동안 나는 물욕 앞에 무릎 꿇고, 욕심에 앞서 살며, 소소한 행복을 지나치지 않았던가.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것에도 스며들어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속된 인간이라, 이 깨달음도 곧 사라질 것이다.
내일이 오면, 다시 어제의 깨달음은 잊을 테지만 그래도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