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초기손상이 모든 걸 좌우한다?

by 우철UP

사고 이후 100일이 넘어갔다.


본격적인 재활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상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그러나 급성기인 100일이 넘기고 나니 초조하고 조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다들 느긋하게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지만, 원체 성미가 급한 나이기에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초조하고 조급해지니 또 치료사 선생님을 붙잡고 불안한 내 마음을 달래고자 푸념 섞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혼자서 늦게까지 운동을 하는데, 워커로 걷지를 못하네요. 저기 저분도 척수손상이지만, 운동 열심히 해서 걸었다고 하던데요.”

그러자 치료사 선생님은 냉정하게 대답해 주었다. ”처음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요. 저분들은 아주 약하게 손상된 겁니다 “


다시 또 물었다. ”열심히 운동하면 가능하지 않나요? “ 들려오는 답은 똑같았다. ”첫째로 신경손상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재활 관련 논문 읽어보세요 “


나는 척수손상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차단시켰다. 식자우환이라고 알면 알수록 재활하는 나의 믿음이, 기적을 바라는 나의 믿음이 사라질 수도 있을까 봐 정보를 차단시킨 것이다.


찾아보기도 겁났고, 알기도 겁났다. 그냥 모른 채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 치료사 선생님의 답변이 냉정하고 아주 차갑게 느껴졌다. 난 내가 한탄한 그 말속에는 정확한 답변이 아니라 위로를 받기 위한 질문이었는데, 냉정하리 만치 정확한 답변을 해 주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치료사 선생님의 답변이 그 당시엔 아주 냉정하게 느껴졌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아주 현명한 답이었다. 나에게 희망 고문보다는 현실 자각을 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재활에 있어 희망고문과 현실자각은 서로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희망은 플라세보 효과를 톡톡히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되면 희망고문이 될 소지가 분명히 있다. 현실자각은 내 몸의 변화를 스스로 깨닫고 성숙히 받아들일 준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되면 모든 걸 포기하고 모든 원망을 자기 자신에게 뱉어내어 자학을 할 소지가 있다.


초기재활치료는 사람의 성향을 파악한 후 어떤 검을 사용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무조건 걷습니다. 또는 장애를 받아들여요. 이런 식의 대화법은 좋지 않다. 성향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 당시 치료사 선생님이 관련 논문을 찾아보라고 해서 관련 자료를 찾던 중 ’ 척수장애 아는 만큼 행복한 삶이라는 책‘을 찾게 되었다. 척수신경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손상 이후의 합병증 예방 및 재활치료의 이야기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물론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척수손상과 관련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척수손상의 정도에 따라 회복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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