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병실 생활에서 기피대상 1호는 섬망증세 환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섬망에 치매까지 겹치신 분이 입원하셨다. 70대 중반에 눈썹이 매우 진하고, 머리털이 구둣솔처럼 억세 보였다. 몸에 난 털이 성격을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눈썹이며, 머리털이며 모든 털들이 삐죽삐죽 쏟아 오른 것이 매우 괄괄하실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어르신의 부인은 말대꾸 한마디 못하고 간병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성격이 이만저만 거칠어도 여긴 병원이 아닌가. 조금은 조용히 계셨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전혀 그렇지가 않으셨다. 그분은 소변 나오는 기능도 다치셨기 때문에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소변줄을 차고 계신 것 같았는데 병실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변줄을 빼신 것 같았다. 그래서 자가도뇨를 하던가 아니면 소변줄을 차시던가 둘 중에 하나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하튼 배가 빵빵해졌으니 간호사 선생님들이 난리가 났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버님 소변 빼야 해요 “ 간곡히 말했다. 그런데, 살다 살다 간호사 선생님들한테 그렇게 욕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머리칼이 곤두섰다. 얼마나 심하게 욕을 하던지 ’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 신고용 동영상 촬영을 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욕을 고막이 뚫리도록 고스란히 들었지만, 환자의 생명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르신을 위해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설득에 또 설득을 하였다. 그러나 여간 고집이 있으신 분이 아니다 보니, 이번엔 강제로 있는 힘없는 힘 쥐어짜 그 어르신의 팔다리를 잡고, 다른 선생님이 소변을 빼려고 시도하려고 했다. 더 이상 힘으로 저항할 수 없자 그분은 우리 속에 갇힌 들개처럼 울부짖었다. 그러다 더 이상은 당신의 성질을 못 이기겠는지 들개처럼 물어뜯으려 하였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남자 직원이 긴급히 찾아와 제지하였다. 그 어르신 입장에선 아무리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해도 여자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식기를 보이기 싫어 강하게 거부하였던 것 같다. 그러면 남자 선생님들을 불러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면 될 것을. 그렇게까지 심하게 욕을 퍼붓는 것은 주변사람들이 듣기에도 거북했다.
그리고 새벽마다 어김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흑흑흑‘ 거리며 흐느낀다. 새벽 한두 시경에 남자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을 땐, 정말 섬뜩하다. 그렇게 매일 모든 병실 사람들을 괴롭히니, 그 어르신을 좋게 볼 일이 없다.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그 어르신이 퇴원하신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나왔다. 입원한 지 일주일 만에 퇴원이라니. 병실사람들은 아쉬움보다는 이제부터는 잠을 푹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좋아했다.
그렇지만 벌써 퇴원이라니.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마침 그 어르신의 주치의 선생님이 오셨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어르신 부인께 하였다. ”지금은 치매가 있으셔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데, 낮에 잠깐이라도 제정신이 돌아오시면 잘해주세요. 이젠 얼마 안 남으셨어요. “ 어르신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곤하게 주무시고 계신다.
그렇다. 새벽에 깨어나 흐느낀 것도, 결국은 암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 흐느끼셨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어르신 때문에 잠을 못 잤다며, 병실 사람들끼리 험담을 했었다. 죄송스러웠다.
그런데 어르신의 부인은 담담하셨다. 어르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다고 한다. 그리고 ’이 양반이야 살만큼 살았지 ‘ 라며 애써 자기 위안을 하고 계셨다. 빨리 집에 가서 편하게 보내드려야 한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퇴원하겠다고 하셨다.
그다음 날 그분들은 정말로 퇴원하셨다. 병실도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르신의 섬망과 치매 그 모든 게 암으로부터의 고통이었다고 하니, 내 손톱 밑의 가시는 아프지만 남의 고통은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병실 사람들 모두 어르신의 완쾌는 아니더라도 잠시라도 고통이 멈춰진 상태로 편하게 생활하시길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