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체 감각은 예전과 같은데, 손가락 끝마디가 왠지 모르게 둔한 느낌이었다.
아침 회진 시간에 주치의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주치의 선생님의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손상된 척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함을 느끼는데, 전혀 관련이 없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나의 답답한 표정을 읽었는지, 척수손상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경추, 흉추, 요추, 천추 등 각각의 척추 뼈 위치에 따른 설명을 하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 어리둥절한 표정과 눈만 껌뻑껌뻑 거렸다.
더 이상의 설명이 효과를 보지 못하였는지 주치의 선생님은 신경외과 교수님이 오실 건데, 그 교수님이 몇 가지 체크를 하면서 신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을 거라 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가죽가방을 든 깡마른 신경외과 교수님이 오셨다.
그리고 발목을 움직여 보라고 말했다.
나는 전혀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또 엄지발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말했지만 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자 가죽가방을 열고 작은 망치와 핀셋 같은 뾰족한 막대기를 꺼냈다.
작은 망치로 무릎을 ’톡톡‘ 두들겼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다.
뾰족한 막대로 발바닥을 벅벅 긁었으나 역시나 전혀 반응이 없었다.
원래 무릎을 두드리면 축구공을 차듯 발이 위로 움직여야 했고,
발바닥을 뾰족한 것으로 긁으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여야 한다고 신경외과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 발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또 뾰족한 막대가 내 발을 긁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감각이 없었다.
신경외과 교수님이 말한 ’ 원래‘가 내 귀에 계속 맴돌았다.
원래 되어야만 하는 게 지금 안 되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말은 내가 척수손상이라는 것과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신경은 한번 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말만 했다.
그리고 신경은 수술조차 할 수 없는 곳이고 아주 가느다란 바늘 하나로도 마비를 가져올 수 있는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덧붙였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발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또 말했다.
당연히 발가락 발목을 못 움직이는 상태이지 않느냐라며 되물었다.
신경외과 교수님은 신경이 쇼크 상태였다면 지금쯤 회복이 되어야 하지만 아무런 감각을 못 느끼고 있으니 신경이 손상된 상태 된 게 맞다는 것이다.
현재 내 상태에 대해 솔직히 말해주었지만 그 솔직함에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가망이 없다는 말을 믿었던 의사로부터 들으니 더 이상 내겐 희망이 없었다.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신경외과 교수님은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찾아왔지만 지금 현재 몸상태로는 척수를 심하게 다친 것 같다. 그러니 오직 재활치료만이 한가닥 희망이라고 말했다.
나는 매번 아침에 정형외과 주치의 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물어보았다.
’ 내가 걸을 수 있나요?’
주치의 선생님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잘 모르는 상태라고만 말했지 정확히 어떤 상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경외과 교수님은 척수신경이 이미 손상된 상태이고 발목이 되었든 발가락이 되었던 무엇이든 하나라도 움직여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만 하셨다.
한숨만 쉬고 있는 나에게 ‘신경은 신의 영역이니 뇌에서 명령을 열심히 내리면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란 물음표를 던지고 가셨다.
난 뇌와 척수는 같은 줄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척수신경이 수용하지 못하니, 더 강한 자극을 보내서 발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찾지 않았던 부처님도 찾기 시작했다.
내 뇌파 신호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 신에게 매달려 척수신경이 내 말 좀 듣게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
온종일 신호를 보냈지만 깜깜이였다.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며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참고 또 참았다.
병실 천정을 바라보며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보자니, 처량함을 느꼈다.
그동안 뭣하느라 아등바등 살고 욕심부리며 살았는지.
허상을 쫓으며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일은 발목을 움직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