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여전히 다리에는 감각이 없다.
다만 사고 이후 다른 점은 오늘 변을 보았다는 것이다.
1일 1 변을 보던 내가 무려 8일 동안 변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변이 나오지 않자 주치의는 걱정스러운 듯
“가스(방귀)가 나왔나요?”
“변은 보셨나요?” 등등 꼭 물어봤다.
그러나 변이 나오지 않자, 주치의는 좌약을 넣어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했고,
허리뼈 신경을 다치면 그 아래의 모든 내장기관 또한 마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항문을 비롯해 직장까지 마비된 상태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변을 가두고 변의(똥마려움)를 느끼게 하는 장기가 바로 직장인데,
이곳이 마비되었으니 당연히 변의도 못 느끼고 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변의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말이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배설욕. 그 쾌감을 못 느끼다니.
하반신 마비도 억울한데, 배설의 즐거움도 못 느낄 수가 있나?
이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회복은 되나요?”
“이 기능은 제일 마지막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아마도 회복이 안될 거 같습니다”
“아니 왜요?”
“신경을 다쳤기 때문에, 그것도 어려워요”
인간의 기본 욕구도 사라지다니! 내가 사람 맞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갖으려 했다.
다행히 신경이 끊어지지 않았으니,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그리고 더 이상의 큰 부상이 없었던 것은 모두 엉덩이 덕분이었다.
엉덩이가 그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줬기 때문에 골반이 부러지지도 않았다.
모든 충격을 오로지 혼자서 감당한 엉덩이가 지금은 꼬집어도 모르고 만져도 모른다.
그런 엉덩이에게 왜 배설이 안되냐고 원망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만약 하반신 마비가 풀려 보행이 자유로워진다면, 화장실에서 배변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경은 신의 영역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다시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