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을 위해 쓰세요

by 우철UP

젊고 그나마 활기차 보이는 종합병원에서 전문재활병원으로 옮겼다.

이곳과 종합병원과의 가장 큰 차이는 이곳은 노인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할 사람도 없고, 모두 중증의 환자들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종합병원에서 3개월~5개월 정도면 환자들은 완치되어 퇴원하지만 그마저도 안된 중증의 환자만이 이곳 재활병원으로 오게 된다.

나는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려고 했다.


아침 8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주치의 선생님이 오셨다.


주치의 : 어제 잘 다녀오셨어요?

나 : 네.

주치의 : 거기선 뭐라고 하던가요?

나 : 입원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주치의 : 그곳으로 가실 건가요?

나 : 잘 모르겠어요.

주치의 : 우철 님, 우철 님이 만약 거길 가든 안 가든 우철 님의 선택이에요. 그러나 절대 재활은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재활은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데, 보통 6개월 정도에 고비가 와요. 처음엔 파이팅 넘치게 재활하다가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바로 6개월 전후거든요. 그때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주치의는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치의 : 몇 년 전에 우철 님보다 상태가 더 좋은 불완전 마비 환자분이 입원했어요. 그런데 우철 님과 마찬가지로 6개월 무렵에 재활을 포기하고 가셨어요. 뜻대로 걷지 못하니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재활치료를 포기하고 병원을 떠났죠. 그런데 그분! 조금 더 재활을 하면 분명 목발로 걸을 수 있는 분이셨어요. 제가 끝까지 막았지만 별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다 2년 후에 저에게 다시 찾아와 걸을 수 있냐고 물었어요. 제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나 : 글쎄요. 다시 하면 잘 되겠죠’


주치의는 단호히 이야기하였다.


주치의 : 아니요, 안됩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한테 너무 늦었다고 말씀드렸어요. 신경이 자라나는 시간이 최대 2년이고, 그 기간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다리 움직임이 거의 없었죠. 안타깝지만 걷기 힘들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니깐 우철 님도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재활포기하지 마시고 꼭 이어나가도록 하세요.

주치의 말은 진심이었다.

나: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여기 있으면 TV소리도 싫고, 또 저와 비슷한 연령대도 없고 답답하네요.

주치의 : 충분히 이해합니다. 환경적으로 많이 힘들 거예요. 특히 척수손상환자는 젊은 연령대가 많지만 여긴 그렇지 못하니....... 힘든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뇌질환 환자가 많고, 젊은 연령대는 흔치 않죠. 그것은 여기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병원이 그래요. 하지만 우리 병원은 척수손상환자 자조모임도 있어요. 자조모임이 있는 병원 흔치 않아요. 그리고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변 환경에 민감해지는 것도 이 시기 척수손상환자의 특징이에요.

잠시 생각을 한 끝에 주치의는 : 병실을 옮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에요.

나 : 병실을 옮겨요?.

주치의 : 네. 병실을 조용한 2인실로 옮기고 당분간 가족의 케어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나 : 2인실이면 비용이 꽤 나갈 텐데요.


그러자 주치의선생님은 내 눈을 정확히 바라보면 말했다.


주치의 : 그동안 열심히 일하셨잖아요. 이제는 우철 님을 위해서 쓰세요. 우철 님 몸을 위해서 쓰시는 겁니다.


나를 위해서 쓰라는 그 말이 어찌나 귓전을 때리던지. 귓가에 계속 맴돌고 있었다.


나 : 아니, 왜 저한테 신경을 쓰세요?

주치의 : 비슷한 동년배라서요. 우리 나이가 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나이인데, 다쳐서 병원에 계시니 더욱 안쓰럽고 안타깝네요. 그러니 앞으로 우철 님을 위해 사세요. 우철 님을 위해 돈도 쓰고, 그렇게 사세요. 우철 님이 살아야 가족도 살지 않겠어요?

KakaoTalk_20190122_153244849.jpg

온종일 주치의 선생님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우철 님을 위해서 쓰세요. 그동안 열심히 일하셨잖아요.’ 나를 위해서 써라. 그래 병실을 옮기자. 나를 위해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