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태원 그곳을 걷고 싶다.

by 우철UP

주말에 집에 있으면 소파에 늘어져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이런 나쁜 습관이 나의 몸속에 배기 전에 뭔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가족을 이끌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수많은 여행코스 중에서 매번 가도 새롭고 매번 즐거운 여행코스가 바로 서울의 궁궐 나들이였다.

우리 가족 ‘궁궐 나들이’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식도락이었다. 여행이 끝나면 궁궐의 정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이태원에서의 저녁식사가 바로 그것이었다.


궁궐에서 걷고, 걷고 또 걸었기 때문에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잘도 빠져나가며, 맛집을 잘도 찾아 나섰다. 이태원에서의 이국적인 단짠 음식과 탄산음료를 마시면 그날의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병원 복도에서 자율학습처럼 혼자서 자율운동을 하면서 그때를 회상하였다. ‘예전처럼 궁궐 나들이를 할 수 있을까? 이태원을 다시 누빌 수 있을까?’ 그런데 아마도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 생각이 벌레처럼 스멀스멀 올라온다. 포기해야 하나? 젠장. 그래도 그곳을 걷고 싶다.‘ 스스로 다짐보다는 기도를 하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운동을 하였다.


주치의 선생님이 내 옆에 계신지도 모르고 나는 운동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우철 님, 정말 열심히 하시네요!” 주치의 선생님은 운동 삼매경에 빠진 나의 모습에 감동하였는지 손뼉까지 치면서 좋아라 하셨다.

“네! 열심히 해서 이태원 가려고요!” 나는 머릿속 잔상이 남아 있는 그대로 ‘이태원’이라는 말을 무심코 말해 버렸다. 또 그 말의 의미는 ‘오르막 내리막길도 자유자재로 걷고 싶다’라는 내 바람에서의 한 말이었다. 그러자 주치의 선생님은 개떡 같은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해 주셨다.

“거기보단 용산이 좋겠어요!” 주치의 선생님은 오르막 내리막길은 무리이니 평지인 용산을 추천하신 한 것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아이고 위험해요! 휠체어 타고 다니셔야죠~”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용기를 주려는 듯 용산이라고 우회적으로 답변을 해 주셨다.

서로의 숨은 말뜻을 서로가 센스 있게 대답하고 서로가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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