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이라는 프로에서 ‘더크로스’가 출현하였다.
슈가맨은 과거에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를 현재로 소환하여 노래를 부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더크로스’ 락그룹이다. 하지만 나는 ‘락’이라는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그룹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이 프로의 진행방식은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가수의 현재 모습을 장막으로 가리고 노래를 부르게 한다. 1절 정도 노래를 부르고 나면, 2절이 시작됨과 동시에 장막이 걷히고 가수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다.
1절을 듣고 있는데, ‘어허 이 가수 긴장했나?’ ‘고음 떨리는데’ 이런 생각을 하였다. 떨고 있는 가수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2절이 시작되자 드디어 가수의 모습이 나왔다. 긴장한 가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난 TV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경추손상의 사지마비 전용 휠체어에 올라탄 가수가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그렇다. ‘더크로스’의 김혁건. 교통사고로 목뼈를 다쳐 안타깝게도 사지마비가 되었다. ‘클론’의 강원래 씨도 척수손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팔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김혁건 씨는 혼자서 팔도 움직일 수 없는 그야말로 중증의 사지마비인 것이다. 이렇게 큰 부상을 당했지만 사고 당시 인기가 잠잠했던지 떠들기 좋아하는 언론도 잠잠했던 것 같다.
홀로 그 오랜 시간을 재활치료를 하며 재기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을 누려보고 싶었겠지만 완전한 사지마비 환자들의 고독과 슬픔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오늘 슈가맨이라는 프로에 소환되어 다시 노래를 불렀다. 어찌 보면 신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몸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몸이고, 복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긴 호흡을 할 수 없다. 그런 그가 무대 위에서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높은 고음을 소화해 낸 것이다.
김혁건 씨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전국 모든 재활병원으로 전파를 타고 목격했을 것이다. 나도 보았고 내 주변의 모든 환자들도 보고 들었다.
그의 노랠 들으면서 ‘어 그냥 그렇네’ 또는 ‘소리가 저것밖에 안 올라가’ 그런 반응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경추손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다. 그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기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재활병원의 수많은 사지마비 환자에게 그는 희망을 주었다.
아마도 김혁건의 노래가 전국 재활병원에 울려 퍼졌으니 그날은 모든 재활병원에 김혁건이라는 사람의 희망의 메시지가 울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