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포기도 용기가 필요하다.

by 우철UP

미세먼지가 걷히고,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사라진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기 위해 옥상에 올라 힘껏 긴 호흡을 했다. 가슴 깊이 신선한 공기가 답답하고 막힌 내 가슴을 들숨과 날숨으로 깨끗이 씻겨주었다. 맑아진 가슴과 머리로 먼 곳을 응시하던 내 눈에 우암산 자락이 마치 가르마를 타듯 이어진 상당산성의 긴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산성의 성벽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매우 가파르고 미끄러운 곳이 여러 곳 있다. 그래서 여름철 장마 기간과 겨울철 눈길 산행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성벽을 따라 산책하던 그때를 회상하며, 지금의 상당산성 성벽자락을 핸드폰 줌으로 당겨서 셔터를 눌렀다. 자주 오르던 성벽이었는데, 지금 보니 너무나 높고 다가갈 수 없는 벽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는 현실적 자각하게 되니 씁쓸하다. 그것은 내가 안 가는 것과 못 가는 곳을 구분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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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회장의 유명한 명언이 생각났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새삼 그 옛날 읽었던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을 다시 읽고 싶어 졌다. 내 서재 어딘가에 있을 그 책을 다시 빼내어 읽고 싶다.


그런데 말이다. 실패는 아니지만 포기할 건 깨끗이 포기할 줄도 아는 것도 진정한 용기라 생각된다. 그동안 나는 나보다 앞서 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의 말을 무시한 채 눈도 감고, 귀도 닫고 살았다. 분명 열심히 재활한다면 예전처럼 산도 오를 수 있고 바다의 모래사장도 뛸 수 있을 것이라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말. 그 말이 참 좋긴 한데,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말로 큰 용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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