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유현준이 어떤 매체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기억난다. 인터뷰 말미에 좋은 도시는 “노약자와 장애인이 편한 도시가 정말 좋은 도시입니다. 왜냐하면 노약자와 장애인을 배려하고 만든 모든 도시 구조가 건강한 젊은 층과 비장애인들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내용에서 노약자와 장애인이 편하면 너도 편하다는 이야기의 취지가 정말로 마음에 와닿았고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의 관점에서 세종시를 바라보니 다른 도시에 비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도시 자체가 신도시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건물 1층에 장애인 화장실 배치, 장애인 주차장 배치 등이 이루어진 점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어디에 가든, 어디에 있든 화장실과 주차장이 확보되어 있다 보니 누구와의 만남에도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타 도시에서는 “거기 화장실 있나요? 주차장은 확보되어 있나요?” 하며 몇 가지 사항을 체크해야 한다.
세종시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과 주차장 확보인데, 이것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인도와 횡단보도만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고 이전에, 다치기 이전에는 인도와 횡단보도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TV 속에서 비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체험을 하면서 “아, 인도의 턱이 너무 높아서 올라가는 데 애를 먹었어요.”라고 인터뷰하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들의 인터뷰가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비장애인 분들도 “횡단보도? 그게 무슨 문제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그 문제에 대해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굳이 공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알고는 계셔야 한다는 취지에서 몇 자 남기게 되었다.
인도와 횡단보도를 연결되는 곳에는 아무리 낮아도 일정 높이의 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약 2㎝ 높이의 낮은 턱이 있다고 해도 휠체어를 이용해 넘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나마 세종시에서 느낀 것은 턱의 높이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5㎝가 되는 턱이 제법 많이 보였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매우 힘들다. 예산을 들여 설치된 도로 턱을 깎을 수는 없을 것이다. 휠체어 이동 기술을 향상해 턱을 넘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정말 가관인 것은 인도와 차도를 잇는 횡단보도에 주정차된 자동차들 때문에 휠체어가 빠져나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알았다. 인도에 왜 휠체어가 다니지 않는지를. 그래서 늘 도로 한편을 전동휠체어가 위험한 곡예 운전을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비장애인 시절에는 그것도 모르고 위험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전동휠체어를 보고 ‘왜 저렇게 위험하게 다니는 거지?’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장애인이 아닌 노인분들 중에서 전동휠체어와 같은 전동차를 타고 다니시는 분들도 계신다.)
횡단보도에 불법 주차된 차량, 이것은 시민 개개인이 조금만 신경을 써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나는 세종시에서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이것은 아마도 시시때때로 쉬지 않고 돌아가는 ‘불법 주정차 단속 CCTV’의 역할이 매우 큰 것 같다.
그래서 세종시 안에서 이동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적다. 그러나 다른 도시에서는 횡단보도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이동의 제약이 많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을 쉽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다른 도시에 비해, 세종시가 그나마 베리어프리가 갖춰진 도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