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만의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2016년 아일랜드 일 년 살기

by ungatogris

모든 것이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불안했던 스물두 살,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추진력이 부족하고,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사는 것은 소설처럼만 느껴지고,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다소 울적한 시기였다.


그 당시 나에게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새로운 삶을 향한 황금 티켓이었다. 그 티켓을 통해 익숙한 환경에서 빠져나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발견하고 싶었다. 비자 신청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토록 나처럼 절실한 사람이 있었을까 싶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스스로 신청하거나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관련 기관에 위탁하는 것.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지원에 두 번 탈락한 후 최후의 선택지인 아일랜드는 꼭 붙어야 했다. 선착순 지원인 캐나다와 달리 아일랜드는 서류 심사였다. 열심히 준비한다면 조금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 기관은 워킹홀리데이협회라는 곳이었다. 협회는 당시 광화문 인근에 지부를 두고 있었다. 비자 신청 준비가 시작되면 각종 서류 준비를 위해 여러 차례 직접 협회를 방문해야 했다.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권, 영문 자기소개서, 영문 최종학력 증명서, 영문 통장 잔고 증명서, 영문 범죄 경력 증명서, 왕복 항공권 등 적지 않은 서류가 필요했다


자기소개서는 한국어로 작성하면 협회에서 번역해 주었고, 자기소개서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 주었다. 나는 가이드라인은 참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다. 직접 번역이 필요한 서류, 이를테면 최종학력 증명서는 공문서를 번역해 주는 기관에 번역 의뢰를 하면 된다.


워킹홀리데이 협회와 같은 기관을 통해 비자 지원을하면 1:1 담당자가 배정되어 서류 준비를 꼼꼼하게 도와준다. 스스로 정보를 찾고 비자 신청 준비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면 굳이 기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겠다. 그렇지만 워킹홀리데이 비자 관련 대사관 공지를 꿰뚫고 있고 서류 준비와 신청 과정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에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덕분에 나는 성공적으로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았다.


비자 신청을 마치고 몇 개월 뒤 워킹홀리데이 협회 담당자로부터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비자는 우편을 통해 집으로 배송되며 꼭 직접 수령해야 한다. 비자가 발급되면 발급일로부터 1년 내로 출국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는 초기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한국에서 1년을 꼬박 채운 후 아일랜드로 떠났다. 이 1년의 과정은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신청 자격이 만 30세 이하로 정해져 있는 워킹홀리데이는 자격 조건이 맞는 청년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비자로 한 나라에서 1년 동안 공부, 일, 여행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기회는 많이 없기 때문이다. 삶의 목표도, 성격도, 성향도, 통장 잔액도, 여행 스타일도, 어학 레벨도 개개인이 모두 다르지만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꼭 떠나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나에게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는 기대했던 것처럼 화려한 '새로운 삶을 향한 황금 티켓'은 아니었지만,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후 내 삶은 충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낯선 문화를 접함으로써 내가 가졌던 신념과 생각을 되돌아보고, 익숙했던 것들에대해 의문을 던져보고, 그리고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자유로운 나의 모습을 꺼내어 보게 된 기회였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 번이라도 워킹홀리데이가 궁금한 적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나는 다소 비장하게 떠났지만, "너무 힘들면 돌아오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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