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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길섭 Oct 06. 2024

나는 강해져야만 한다

지난 9월 21일, 대학 친구 결혼식 때 식권을 받지 않았다. 축의금으로 15만원을 줄 형편이 안 되어 10만원을 주었기 때문이다. 안면이 있는 다른 동기들에게는 "곧바로 알바가 있어서 아점을 먹고 나왔다."라고 거짓말을 고 예식장에서 나왔다.


결국 집에 돌아온 뒤 나는 편의점에서 파는 1300원짜리 컵라면을 사 먹었다. 여기까지는 견딜 했다. 어차피 전부 다 내가 정했으니 내가 감당해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두 달 전에 우리 엄마가 한 말은 참으로 쉽지 않았다.

"다른 집은 자식들이 유럽 여행도 보내준다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식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일 찾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뻐."

며칠 전 불면에 시달리다가 문득 엄마의 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재생됐다. 네이버에 '유럽 여행 비용'이라고 검색했다. 패키지가 300-400만원 정도였다. 나로선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순간 서글퍼졌다. 작가를 결심한 6월 이후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든 건 이번이 최초였다.


이런 경험을 몸소 해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10년 넘게 음악을 해온 동갑내기 친구는 도대체 이러한 고뇌를 몇 천 번이나 했을까. 그 친구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꼭 그 친구처럼 강해지고 싶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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