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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길섭 Oct 19. 2024

돈에 대한 생각

지난 몇 달 동안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중 상당수는 정말 미친듯이 는 사람들이었다. 주 7일 출근하면서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주 5일 출근하는 직장인이면서도 명절에 안 쉬고 구태여 단기 알바하러 오는 사람도 봤다.

그 사람들, 특히 내 또래이거나 그보다 좀 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궁금했다. '존경스럽긴 한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일하는 걸까.'(물론 열심히 일하는 건 그분들 자유긴 하다만 순전히 호기심이 생겼다.) 내 집 및 자차 마련, 혹은 그로 인한 대출금 갚기? 결혼 자금 및 양육비 마련? 해외 여행? 창업 준비? 아마 상당수는 이런 것들이겠지.

한때는 나도 미래를 상상하면서 살았고, 물욕도 많은 사람이었다. 내 소유의 집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로망도 다른 사람들처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집을 마련한다는 게 왠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애초에 욕심이 안 생긴다. 내 소유든 월세든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쨌든 내 집이 아닌가 싶다. 난 지금 내 집에 만족한다.

좋은 차를 사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살면서 자동차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 같이 일한 남자들이 싼타페니 뭐니, 신형이니 뭐니 차 얘기를 가열하게 했는데 나는 아는 게 없다보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별로 끼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결혼도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제 나와는 거의 무관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눈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연애를 할 수는 있겠지만 내 나이면 이제 연애조차도 대부분 결혼을 전제로 할 나이다. 뭐 어쩌겠나. 그냥 돈 굳었구나 생각해야지.

노후 대비라······. 내가 80살, 90살까지 살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해서 저축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인간은 언제 죽을지 결코 알 수 없다는 진리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달은 이래로 그 또한 별로 관심이 없다. 나도 어렸을 땐 내가 이렇게 배짱이같이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돈이 싫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요즘은 안 사지만 작년까지는 로또도 꽤 샀던 사람이다.) 다만 집, 차, 결혼, 창업 등 거액이 드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거나 인연이 없으니 그만한 돈을 얻고자 굳이 그만큼 시간 쓰고 고생할 의향도 없다. 여행 같은 것도 귀찮아하는 편이고. 그냥 학자금 대출이 없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오늘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내 지적 능력을 도야하는 일에서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 내 지출 중에서 그나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도서 구매고. 책이 좀 비싸긴 한데, 나는 고전 위주로 소장할 예정이라서 원하는 책을 거의 다 모으면 여기에조차 돈을 별로 안 쓸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물질적으로 못 해줄 때는 슬프고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래도 이기적으로 살고 싶은가보다. 마음을 다잡고 다만 나 자신에게서 위안을 찾아낸다.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하루를 기왕이면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냥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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