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아닌 장소가 되기를
나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근처
한적한 주택가의 작은 공간을 렌트하여
공간대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을 만나고 준비하고 운영하는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깊은 의미가 있기에
이참에 그 소중한 여정도 글로 기록해보기로 했다.
이곳은 왜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글을 써내려가면서 천천히 답을 내려봐야겠다.
나에게 <플레이스 도담>은 사업장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을 둘 수 있는 공간이며
임신 그리고 출산으로 인생에서 가장 변화가 많고
불안했던 시기에 그곳에서 여러가지를 몰두하며
깊은 위안을 얻었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순간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자리,
내 공간은 꼭 필요하다.
꼭 성과를 내기위한 일은 아니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몰입해서 멍을 때리는 일도 좋다.)
이 공간은
무언가에 몰입하기 매우 좋은 곳이다.
내부 인테리어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 동네의 풍경과 소리 등
공간을 둘러싼 분위기가 더해져
몰입감을 만들어준다.
공간이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 옆 <능동>은
늘 은은하게 밴 풀냄새와 나무냄새,
유독 유모차와 강아지, 고양이가 많이 보이는
매우 한적하고 아늑한 곳이다.
흔히 말하는 장사가 잘되는 명당도 아니고,
역세권은 당연히 아니지만-
이 동네가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고요한 느낌이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공간과 장소>에서는
공간과 장소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아직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빈 여백과 같은 곳으로,
이푸투안 <공간과 장소>
임신 후 경력 단절의 상황에서 생긴 공백
사회에서 갑자기 없어진 내 자리
생명의 기쁨과 사회적 지위의 박탈이 교차하는
혼란스러운 기간을 버텨내기 위해
나는 이 공간을 준비하는데 깊이 몰입했고,
배가 불러 열심히 인테리어를 하고,
청소를 하고, 글을 쓰던 과정을 통해 많이 위로받고 성장했다.
이곳은 나에게 영업장 이상의 의미를 주는
이 공간, 아니 이 "장소"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혼란스러운 기간을 버텼을까?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스 도담은>
내가 이 공간에 투영한 정서적인 유대감,
친밀감이 축적된 애착의 대상이 되었다 :-)
아직 이 공간이 나에게 만족할만한 수익을
벌어다주지는 않지만,
이 공간을 통해 버티고 애쓰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싶다.
장소는 특별하지만, 거창한 곳일 필요는 없다.
내가 의미를 부여한 나무 한 그루, 놀이터 담장, 가로등이
모두 장소가 될 수 있다.
<플레이스 도담>에서
나 스스로 또는 좋은 사람들이 깊이 교제하고
보다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어딘가로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런 곳이고 싶다.
이 공간에서 내가 느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공간 내부를 포함하여 밖을 나서자마자
펼쳐지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동네
스마트폰은 잠시 넣어두고,
집집마다 심어놓은 꽃과 감나무를 바라보며
정취를 즐기기 좋은 그런 곳.
공간내부는 이런 외부적인 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집중하고 몰입하기 좋은 최소한의 집기만을 배치했다.
나에게 그랬듯이
누군가에게 '장소'가 되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마음 붙일 곳, 잠시 애착을 붙여도 좋을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플레이스 도담은> 그런 공간이 되고 싶다.
그런 공간의 분위기와 느낌과 애착을
손님들에게 제공해주고 싶다.
요즘은
이 공간이 나에게만 의미 있는 곳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간에 대한 구구절절한 진심과
사람들을 매혹할만한 공격적인 마케팅
이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기가 참 어렵지만
이 공간을 바탕으로 뭔가 가치있는 일들을
계속 해나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
생각해보면 이것을 위해서는 결국
렌탈이 아닌, 콘텐츠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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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월세나갈 걱정하는 이 순간에도,
다시 한번 이 공간을 힘입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시도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