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가?

사람의 결을 기록하는 글

by 최호용

사람의 결을 기록하는 책


오래전부터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오랫동안 강단에서 사람들에게 표현의 필요성과 표현의 중요함에 대해 강의해 왔다.

그리고 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말한다면,

나는 내 삶을 정리해야 할 시잠에 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이다.

그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말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정작 내 삶을 돌아보는 글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삶을 글로 채우는 공간을 브런치로 정하기로 했다.


나는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누구의 표정도 어떠함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강연을 할 때는 청중의 눈빛을 읽고,

간병할 때는 감정을 숨기기도 했고,

무대에서는 역할에 맞는 역할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에서는 그 어떤 연기도 할 필요가 없다.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라는 공간을 선택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삶의 현장을 체험해 왔다.

애써 버티며 넘긴 세월도 있고, 남들이 모르는 상처도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글로만 고백할 수 있는 사연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막연히 묵혀두기에 너무 오래 살아왔다.

글로 정리해 두지 않으면 내가 사라지는 순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나는 생에 중요한 기억의 조각들을 남겨두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그 답은 내가 살았던 방식 그대로다.


나는 늘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살아왔다.

간판에 새겨진 글자의 굴곡을 살피듯, 사람의 표정 안에 있는 잔주름의 표정 하나까지 읽으려는 습성이 있다.

간병을 할 때 환자의 무심한 한숨에서 마음을 읽었다.

강연장에서는 청중의 태도 만으로도 마음을 읽었다.

나는그렇게 사람의 결을 읽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사람의 결을 기록하는 글이다.


대단한 교훈을 주는 글은 아니다.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려고 한다.

누군가가


"아, 이거 내 이야기를 하는 글이다."


라고 공감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런 글로 하여 마음의 평정을 찾게 해주는 글을 쓰려고 한다.

나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동안 내가 들었던 질문을 들려주고 싶다.


왜 어떤 사람들은 상처를 주고도 모를까?


왜 어떤 관계는 말 한마디로 죽고 살까?


왜 어떤 표현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까?


이 질문들은 내가 직업으로, 삶으로, 관계로 오랜 시간 다루어온 것들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내 경험, 내 실패, 내 후회, 내 변화, 그리고 내가 배운 것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


나는 따뜻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보다,

진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 겉치레 없는 글, 살아온 만큼의 무게를 가진 문장, 나를 빼닮은 진솔하고 담백한 글을 쓰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글을 일고


"이 사람은 진짜 자기 이야기를 썼구나."라고 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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