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글이 잘 써지는가?

"나를 만나는 시간"

by 최호용



나는 만나는 시간


내가 글이 써지는 순간은 기술이나 집중력이 아니라 감정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내 안에 마음의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다가, 어떤 시간이나 찰나의 순간에 도달하면 글로 이어지는 유형이다. 그리고 사람이나 사물을 깊이 관찰하는 날이 잘 써진다. 그리고, 어떠한 주제가 주어지면 일반적인 시각을 벗어나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편이다.


이를테면, 창문이 단순한 창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관계에서 마음으로 대비시킨다든지, 바람이나 비를 날씨를 떠나, 시련과 고비의 관점으로 본다. 약간 뒤틀어진 시각에서 보면 또 다른 글감을 건질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나 장면에서 비유적인 유추를 잘 해내는 편이다. 예를 들어 빨래를 할 때, 때가 씻겨 나가는 것을 보고, 사람의 죄도 저렇게 깨끗이 씻어내는 것을 생각한다든가, 열차를 타고 내리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비유한다든지, 길가에 버려진 녹이 슨 자동차를 보고, 다시 도전하지 않는 실패를 떠 올려 글감화 시킨다. 글감을 발견하면 바로 메모를 하거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을 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 특별한 장치나 준비를 하지 않지만, 불현듯 쓰고 싶은 때를 위해 노트북을 준비하고 나설 때도 있다. 때에 따라 다를 때도 있지만, 주의가 아무리 산만해도 몇 시간씩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지만, 주변이 시끄러우면 한 줄도 시작하지 못할 때도 있다. 글을 쓴다는 건 환경이 아니라 자신에게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위해 나의 감정 상태를 체크할 때도 있다. 기분이 좋으면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글의 결도 유쾌해지는 느낌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문장을 선택한다. 장황한 개요를 만들지 않는다. 오늘 내가 쓰고 싶은 글의 핵심이 무엇이고,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정해지면, 나머지는 쓰면서 가닥을 잡아간다. 글이란 설계를 하고 쓸 때도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쓰면서 문장이 확대되고, 전개가 확장되는 경험을 많이 한다.


글을 쓰다가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마시거나. 서성이며 먼 곳을 본다. 초록색의 자연이나 사물을 주로 본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차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면 현재 쓰고 있는 대목에서 샛길로 빠지지 않게 하고, 이어서 쓰일 내용에 연결을 돕는다.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엄청난 중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글감이란 사냥감을 발견해도 체력이 없으면 쫓을 수 없다.


글은 리듬을 타야 한다. 흐름이 끊기는 문장, 억지로 꾸민 문장, 형식에 맞지 않는 문장은 소리 내서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 가끔 메모해 둔 것을 참작하기도 하고, 쓰면서 생각나는 새로운 사실이나 기법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은대 작가의 <문장 수업> 수업을 받고 난 후 문장을 만들거나 연결하는 기법이 상당히 늘었다. 처음에는 내가 쓰는 방법이 쓰면서도 맞는지 틀린 건지 분별이 어려웠는데, 수업의 효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형편없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글이 글을 만드는 과정은 퇴고다. 퇴고를 하며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읽어 본다. 가급적이면 소리 내서 읽는다. 평소에 쓰는 말이 문법상 형식과 안 맞다는 걸 확인할 때가 있다. 틀린 말을 지금까지 쓰면서 살았다고 생각하니, 내가 다 옳고, 내가 다 맞는 줄 알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노트북에 쓰인 글에 오류가 있는 부분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데, 수정 작업을 하면서 바로 잡히는 것을 확인하면 묘한 쾌감이 있다. 그래서 퇴고를 재미있게 하는 편이다.


문장에 마지막 세 줄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한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글의 깊이가 결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다음 내가 쓴 글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대중성이 있는지 채점한다. 내가 쓴 글이지만 석연치 않을 때는 어떤 부분이 무엇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곱씹어 본다. 그런 다음 일단 바로 발행하지 않고 저장하기를 한다. 밤늦게 썼다면 다음날 아침에 읽어본다. 하고자 하는 말을 빠지지 않았는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 균형과 힘의 분배를 잘했는지 전체를 본 다음 발행을 한다.


때로는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도 그냥 올릴 때도 있다.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아무리 되짚어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글이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형편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날마다 글을 쓰면서 점차적으로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핑계 같지만, 남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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