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증 서줄게요.
"제가 보증 서줄 테니 대출 신청하세요."
간판 사업을 할 때였다. 정부에서 '소상공인 활성 지원금 지원' 광고를 보고 은행에 갔다. 희망 금액이 5천만 원인데, 2천만 원까지 가능하단다. 대출로 해결이 안 될 바에는 아예 빚을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포기했다.
오후에 가게로 찾아온 김 원장과 점심하러 식당에 갔다. 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오래전부터 나의 단골 고객인데, 항상 나를 형님이라 부르며 깍듯했다.
"어디 다녀오는 길입니까?"
"정부 지원금 신청하러 갔더니 5천만 원이 필요한데, 2천밖에 안 된다네. 지원을 해주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하시면 되죠?"
"보증인이 있어야 한다네. 그것도 재산세를 내는 사람이라야 되고, 보증인을 어디서 구해? 은행도 돈 있는 놈한테만, 돈 빌려주는 꼴이야."
"제가 보증 서 줄 테니, 대출 신청하세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2십도 아니고, 2백도 아니고, 2천이야!, 그래도 보증을 서 준다고?"
"그럼요, 형님인데... 제가 재산세는 안 내지만, '소득세 증명원'인가? 그걸로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말 만으로도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튿날, 김 원장이 가게로 왔다. 첫인사가
"형님, 대출 신청하셨어요?"
"안 했는데, 왜?"
"제가 알아봤는데. 제가 보증인 조건이 된다네요. 기간이 끝나기 전에 빨리하세요."
잊지도 않고, 다시 물어봐 주는 그의 마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든, 부채 없이 해결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마음만 받기로 했다. 대신 평생 그 마음의 이자에 이자를 더해 갚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김 원장이 건넨 한마디가 힘이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