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나에게"
벼락치기 집중
"스무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나에게"
출판사로부터, 2차 퇴고가 메일로 왔다.
일주일에 걸쳐해야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서울 살이를 청산하고, 구미로 내려왔다.
퇴고 마감일은 다가오고,
3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원고에 손도 못 대고 있다.
하루 종일 빈 둥 거리거나, 스마트폰에 들러붙어있다. 코가 석잔데, 쓸데없는 짓거리만 하고 있다.
전기밥솥 뚜껑에 고무패킹을 빼서 닦아보려고 궁리하다, 도저히 뺄 수 없어 실패하고,
슈퍼에서 사 온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에 구워 먹으면서, "퇴고해야 되는데..."
뜬금없이 엿기름을 찾아내 식혜를 안치면서 "퇴고해야 되는데..."
서울에서 부친 캐리어가 도착해 풀어놓고, 짐 정리하면서 "퇴고해야 되는데..."
차 끌고 다이소에 가서 이것저것 몇 가지 사 오면서 "퇴고해야 되는데..."
내일부터 진짜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하나님, 퇴고에 집중하게 해 주세요. 아멘"
아침에 일어나 아처 둔 식혜를 끓여놓고,
예약되어 있는 병원에 다녀오니, 하루가 다 갔다. "퇴고해야 되는데..."
.
작정을 하고, 노트북을 펴고 앉았다.
한 꼭지 퇴고하고,
냉장고에 요플레 하나 꺼내 먹으며,
"퇴고해야 하는데..."
비스킷 한 봉지 뜯어놓고 먹으면서 스마트폰 들여다보다가 "퇴고해야 되는데..."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꼭지 퇴고하고,
침대에 벌렁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아침에 끓여놓은 식혜 한 사발 마시며 "빨리 퇴고해야 되는데..."
라면 하나 끓어 먹고, 빨리 퇴고해야겠다.
라면을 먹고 난 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급하게 옷가지 담은 박스와 캐리어를 우체국 택배로 서울에 보내고,
나는 밤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왔다.
절간처럼 조용한 내 집에서 집중이 안 돼서 못하고, 남의 집에서 퇴고를 시작한다.
결국, 퇴고 마감 이틀을 남기고, 20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퇴고를 마쳤다. 20시간 퇴고 기록이 두 번째다.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어찌 됐든 작정하면 해내는 내가 대단타.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