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웃어넘겼다.
그저 웃어넘겼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진상 손님을 만났을 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뭐든지 모른다고 가르치려 들 때, 선임이라는 이유로 막 대했을 때. 그저 웃어넘겼다. 그리고 그저 웃어넘길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름 합리적이었고 그 순간은 10년 뒤에 생각했을 때 추억으로 남을 정도의 타격으로 정수리를 탁! 치고 하늘로 증발했다. 간단했다. 아주아주 심플했다.
부처님을 신처럼 모시며 불교를 공부했던 엄마는 어쩌면 나를 부처님으로 만들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이제 조그마하지만 큰 모자람을 곁들인.. 아무튼 엄마는 내게 바보가 되는 법을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나름 내가 가는 길은 평탄한 거 같다. 바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행복하기 그지없으니깐. 조그마한 행복도 더 큰 행복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깐.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낮에는 햇살이 따듯해서 좋고 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좋다. 따스하게 깔리는 잔잔한 음악에 먹는 진토닉이 좋다. 내일도 행복한 하루가 될 거 같다. 누군가는 분기별로 행복 리포트를 쓴다고 한다. 행복이 무엇인지 그건 아마 영원히 계속될 프로젝트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