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변방에 서 있는 세 사람

돈오 다이어리ㅣ 이상은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4-04 오후 1.38.04.jpg 사업가
갑자기 얻는 깨달음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깨달음을 유지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작가 프로필 ㅣ 이상은

Keyword: 연극, 여행, 춤, 다이어리, 팟캐스트




어머니의 죽음을 너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뫼르소가 처음에는 정말 낯설었다. 장례식 때 전혀 슬퍼하지 않고, 다음날 코미디 영화를 보고 여자친구와 동침을 하다니... 자기 나름대로 이유를 설명하긴 하는데, 그의 행동만이 더욱 두드러졌다. 어쩌다가 뫼르소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쉽게 못 하는 인간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된다면 좀 더 그를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점차 그런 과정이 기술된다면 구구해지고, 없는 게이 소설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비롯한 현대인에게 쉽게 찾을 수 있는 사고와 행동이고 뫼르소는 약간 극단적인 예일 뿐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대학 1학년 시절이 계속 떠올랐다. 고향인 전라도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2살 늦게 서울로 진학했다. 전공은 불문학이었는데 수업시간이 문장을 읽으면 애들이 킥킥대고 웃었다. 불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내 사투리 억양 때문이었다. 수업시간에도 손거울을 보고 남자, 옷이 주된 화제인 아이들과 난 쉽게 섞일 수 없었다. 그 아이들이 보기에 난 후줄근한 차림의 촌뜨기 언니였을 뿐이다. 45명이 정원인데, 13명이 떼를 지어 다니며 여대 불문과의 특성을 만들어갔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선배와 친하지도 못했다. 원래 나 편한 대로 산다는 게 내 생활신조이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정말 불편했다. 예전 전공 ‘컴퓨터공학과’가 싫어서 그만두었는데, 새 학교에서 이전 학교의 분위기를 그리웠다. 선배들이 막걸리 원샷을 강요해서 짜증 내던 추억마저 말이다. 그러다가 그 13명 중 ‘의주’와 친해지면서 나는 점차 위안을 얻게 된다. 그 아이는 어쩌다가 그 무리 속에 끼게 되었는데 소비 수준과 사고방식이 안 맞아서 2학기부터 나와 학교생활을 함께하게 되었다. 각 개인을 보지 않고 13명 전체를 괜히 한 집단으로 보아서 괜히 피해의식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통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복수전공 수업을 때문에 2학년 때부터는 과 아이들을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이방인 같은 느낌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은 훨씬 더 평화스러웠다.


30대 후반의 난 ‘4차원 소녀 같다’, ‘언제 너네 별로 돌아가니’ 등의 농담을 들으며 여전히 약간 특이한 사람을 취급받는다. 계속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지만 좀 더 편안하고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과 사고방식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크다. 말솜씨가 없어서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는 게 나를 경계인으로 만드는데 크게 작용한다. 그러면서 연극, 글쓰기, 자원봉사 등으로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또 한 명의 이방인 ‘까뮈’를 발견한다. 책 표지(민음사 本)에 있는 담배를 물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고독한 경계인 까뮈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글이 작가의 삶을 반영한다지만,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읽으니, 까뮈가 이방인으로 더욱 느껴졌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아랍인이 대부분인데, 부모가 이민을 와서 정착한 백인이다. 본국 프랑스에서는 식민지 출신 무명작가에 불과하다. 공산당에 가입했다가 내면적 갈등으로 탈퇴했는데 사상적으로도 양쪽에서 경계인에 속한다. 경계인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즐기면서도 끊임없이 정체성을 확인하고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실존주의적 글을 쓰고 연극 활동을 한 것 아닐까?


뫼르소가 재판을 받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고방식이 잘 묘사되어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재판관이 하느님께 회개하라고 뫼르소에게 강요하는 장면에서 정말 짜증이 났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이 실제 생활에서는 재판관이었던 순간을 깨닫게 된다. 변호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찌 느끼게 될지 잘 나타나고 있다. 그의 생각이 나를 비롯한 소위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일 것이다.


나는 내 경계인 적 특성을 좋아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다. 까뮈의 『이방인』을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과 사회적 통념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다. 언젠가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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