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나는 봄이 싫다

4월 공통주제 <봄> ㅣ 이승철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1-20 오후 5.32.06.png 종무원
독립출판도 3권 출판 했고, 지인들과 그림 전시회도 했습니다. 요즘엔 꾸준히 1주일에 한장씩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고 그냥 모두 취미로...


작가 프로필 ㅣ 이승철

넓고 얕은, 호기심 많은 유부남

모토는 "일단하자!"






cafeptthumb3.phinf.naver.jpg 그림: 이승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봄을 예찬하기 시작한다. 길에서는 봄 노래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의 복장도 가벼워진다.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도 한껏 들뜨게 된다. 하지만 나는 봄이란 계절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싫어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봄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봄이 오면 다들 봄옷을 찾지만, 마냥 얇게만 입을 수는 없다. 아침과 저녁으로는 두꺼운 옷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을 위해 더운 오후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겨울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이것은 마치 사귀기 직전 고백을 할 듯 말 듯한 남자의 태도 같은 어정쩡한 날씨 때문이다.


그리고, 꽃이 펴서 예쁘다고 여기저기 사진을 올리지만, 사진이 바라보고 있는 프레임 아래에는 땅바닥에 떨어져 짓밟혀있는 꽃잎들이 널려있다. 모든 카메라와 시선은 위를 향하고 있어서 아래를 보지 않는다. 겨울에는 그나마 아래를 보고 걷지만 봄이 되면 아래를 버리고 모두 위를 보게 된다. 게다가 봄이라는 이유를 들어 예쁜 것만 보려고 한다. 짓밟힌 꽃잎과 같은 것들은 봄의 사전에 끼지도 못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예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봄은 우리의 시선을 편협하게 만든다.


또 봄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리에게 주는 것도 없으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괜히 설레게 만든다. 봄이 됐다고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차가 안 막히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우리에게 봄이라는 단어를 들이대면서 설렘을 강조한다. 아무런 근거 없는 설렘으로 오히려 다른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봄은 가슴 아픈 날이 있는 계절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여전히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슴아파하고 있는 세월호의 아픔이 있는 계절이다. 난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어른 자체만으로 그들에게 미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때문에 너무나 아파했다. 그래서인지 봄만 되면 우울증에 걸린다. 슬럼프의 깊은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빠져나올 수가 없다. 봄이 주는 향긋한 꽃 냄새나 따뜻한 햇살은 큰 기쁨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봄의 기운들은 내게 늪이 앞에 까지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나는 봄이 싫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