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푸른 봄

4월 공통주제 <봄> ㅣ 이나사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3-28 오후 1.54.13.png 무역업 회사원
필기도구들은 저마다 다른 울음소리가 있다. 슬픔의 울음이 아닌 쓰다듬 받는 고양이의 갸르릉거리는 소리다. 꿀꿀, 짹짹, 멍멍처럼 연필은 - 사각사각 - 소리를 낸다고 한다. 종이 위를 걷은 연필의 발자국 소리가 나에게는 소복소복하고 들린다. 눈이 오지 않아도 함께 걸을 이 없어도 연필 한 자루와 함께 오늘도 나만의 겨울왕국으로 산책을 떠난다.


작가 프로필 ㅣ 이나사

Keyword: 계란 & 치즈 매니아

계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여태 내 곁에 없었다. 그리고 나에겐 늘 계란이 곁에 있었다. 계란의 어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루에 두 알 이상씩은 꼭 먹는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온갖 음식으로 가득 차 있어도 계란 칸이 비어있다면 금란현상이 일어나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을 때, 여행 가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항상 듣던 소리가 바로 치즈다. 참고로 우리 부모님은 김치 세대다. 치즈 세대라 김치가 없어도 밥을 먹을 줄 아는 나에게 계란이 밥이라면 치즈는 반찬이다. 필살기: 수염 난 턱으로 손등 긁기





푸른 봄(靑春)


우러러라 푸르러라
푸름의 봄이여
붉은 겨울 고개 쑥여 푸르름을 애써 외면하는구나
생기를 잃지 말고 드높기만 하오니

우러러라 푸르러라
만물의 섭리여
끊임없는 부패는 양질의 토양으로 다져지고
청록이 싹터나는 밑거름이 되나니

우러러라 푸르러라
하얀 옷의 사람들아
목 메어 기다리던 푸른 봄이 열렸구나
붉음을 상처 삼고 한(恨)없이 흉터없이 울창하게 푸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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