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공통주제 <봄> ㅣ 김은지
저는 스토리 중독자예요. 어렸을 때는 만화랑 소설에(주로 만화에) 빠져서 살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영화에 빠져 살고 있어요. 스스로 이야기에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제가 음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작가 프로필 ㅣ 김은지
그냥 평범한 대학원생이에요. 회사에 다니다가 학교로 돌아간 거라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 만학도예요. 처음엔 회사생활이 싫어서 도망치다시피 학교에 들어왔는데 다니다 보니 어느새 좋아져서 계속 학계에 남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국제정치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꼰대 같은 면이 있어요. 위트 있고 매력 넘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짧은 인사>
오늘 아침 눈을 뜨니
갸르릉 거리는 네가 보인다
어깨위로 살짝 닿은 햇살이 뜨거울까
몸을 일으켜 커튼을 치려는데
큼직한 손을 뻗어 나를 다시 눕힌다
깨었나 싶어 눈을 바라보니
지그시 감은 눈이 장난스럽다
노란 햇살이 내려앉은 자리에
푸릇푸릇한 솜털이 돋아있어 나를 마주보는데
정작 보고 싶은 새순은 감겨있어 조용히 일어선다
물을 끓이고 식기를 꺼내는 소란한 와중에도
눈을 살금 뜨고 바라볼 뿐 일어서지 않는 너는
너의 등장을 재촉하는 나의 닦달을 기다린다
‘어서 와’
손을 뻗어 맞이하려니
손바닥 가득 꽃잎을 내려놓고 해맑게 웃는 너는
물을 한 잔 들이켜고 그대로 돌아나선다
반가우려던 찰나 떠나는 너는
너무 서둘러서 잡을 수가 없다.
<봄비>
부슬거려 더욱 싫은 비가 내리는 날
각자의 잔에 따뜻함을 담아
서로에 기대 앉는다
창 밖 마당에 내리는 빗물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지만
괜히 조난당한 사람마냥
손을 한 번 맞잡아 본다
손의 온기를 확인하고
컵을 들어 입술로 온기를 옮기면서도
눈은 빗방울에서 떼지 못한다
다시 한 번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는
빗줄기를 보면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되뇌어 본다
<보통의 운명으로>
나무가 기지개를 켜고 꽃잎이 춤을 추는 4월은 시작의 계절일까
다들 겨우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움직일 준비가 한창인 마당에
푸른 잎을 굳이굳이 노랗게 물들이며 용을 쓰는 나무가 있다
이름은 ‘사철’인데도 정작남들 다 피는 계절에 떨어짐을 준비하면서
너는 무슨 생각일까
개나리를 닮아 한껏 밝은 색감으로 유혹하려는 욕심일까
푸른빛 기운이 다해 안감힘을 쓰다 노랗게 질려버린 것일까
그런 너를 바라보며 오히려 봄이 와서 좋다고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생각일까
만물이 생장한다는 이 계절에
햇살은 창가에서 문을 두드리고
꽃잎은 몸을 던져 구애를 해보지만
이런 날 가만히 사그라드는 너의 모습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면 너무 못된 생각일까
점점 자리를 뜨는 사람들 속에서 가만히 너를 지켜보면서
사그라듦에도 이유가 있을거라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은 너무 처절할까
계절이 돌고 돌아 시간이 지나 다시 태어났을 땐
다른 보통의 아이들과 같이 지고 같이 피는 운명으로 타고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