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공통주제 <봄> ㅣ 이은혜
전 삶이 '변화의 연속'이라 생각해요.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된 경험이 있어 그 후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나아가 건강하고 자연스런 ‘나’가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작가 프로필 ㅣ 이은혜
key word: 가족, 직장, 요가, 음악, 꽃, 만화, 빵, 산호수, 변화, 도서관증, 마음챙김, 정로환, 커피
차가운 아침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아직은 쌀쌀한 기온 탓에 따뜻한 입김으로 손끝을 녹이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바쁜 출근길, 무심코 고개를 드니 어제와 같은 아침 풍경에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걷는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뭇가지 위에 부쩍 오동통해진 꽃망울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크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밤사이 누군가 몰래 점이라도 찍어놓은 듯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갑작스럽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 이제 봄이 시작되었구나!'
메마른 가지 위에서 꽃망울은 매일 매일 몸집을 부풀렸다. 폭발적인 생명의 에너지를 부지런히 응집했다. 날이 조금씩 풀리고 해가 더 길어지자, 마침내 꽃망울을 둘러싼 경계가 변화의 몸짓을 이기지 못하고 툭 하고 터지기 시작했다. 새싹같이 돌돌 말린 꽃잎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마치 번데기를 찢고 나오는 나비처럼 온몸을 있는 힘껏 뻗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막 깨어난 꽃망울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갔다.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이 숨 가쁘게 달라졌다.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는 듯 앞을 다투어 기지개를 켜고 꽃잎을 펼쳤다. 덕분에 오랫동안 생기를 잃어버렸던 나뭇가지는 자신이 품은 꽃망울이 뿜어내는 고운 빛깔에 쉴 새 없이 채색되었다. 매일 다른 빛깔로 섬세하게 덧칠되었다.
봄이 일깨운 꽃의 향연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 낸 불꽃축제와 같다. 농축된 에너지가 적당한 온도를 만나 폭발하고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 무채색에 가깝던 세계를 별안간 총천연색으로 수놓는다. 찬란하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순간이 잠시 머무르는 짧고 강렬한 축제이다.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빚어낸 한 차례 큰 축제가 지나갔다. 철쭉과 죽단화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제 곧 장미가 합류할 것이다. 축제는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