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매일 서로에게, 봄

4월 공통주제 <봄> ㅣ 해원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4-01 오후 2.14.40.png 지구여행자


작가 프로필 ㅣ 해원

현재 요가원에서 일하면서 요가를 배우고 있고, 주말에는 종종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어요.

요가로 신체를 단련하고, 글쓰기를 통해 정신을 단련해서 초인이 되고자 합니다. (...)

필살기는 음... '머뭇거림...'입니다. -_-




바야흐로 다시 봄이다.

봄을 인식한 것은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쳐다보는 창가에서, 문득 햇빛의 농도가 진해졌음을 느꼈다. 빛이 분사되는 곳에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겨우내 온도를 느낄 수 없었던 볕에 온기가 돌고 있었다. 순간 깨달았다. 내가 이 따뜻함을 기다려 왔구나.


꽁꽁 얼어붙은 마음에도 하나 둘 금이 가고 다시 물이 흐른다. 계절의 마법이 모든 이에게 고루 뿌려진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하고, 연둣빛 새싹이 움튼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복장이 단출해진다. 티셔츠와 얇은 겉옷 한 장에도 대기가 나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설렘과 희망이, 청춘은 내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조차 싹눈처럼 조그맣게 비집고 나온다.


글을 쓰는 고독한 영혼에게 봄은, 글자와 씨름하다 나온 새벽에도 산뜻한 산책을 선물한다. 가난한 연인에게 봄은, 살랑이는 바람과 꽃 피운 풍경만으로도 사랑을 속삭이게 한다. 망설이는 자에게 봄은, 오래 미루어 두었던 일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말 수가 줄어든 사춘기 딸에게 봄은, 엄마에게 함께 사진 찍자 먼저 팔짱끼게 한다. 갈 길 바쁜 중년남성에게도 봄은, 흐드러진 벚꽃 앞에 잠시 멈추어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봄은 그런 것이다. 빛과 온도와 습도와 그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져서, 생명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꽃이 피게끔 한다. 바로 그처럼 우리 마음에도 봄이 온다. 마음의 봄이란 여러 조건들이 맞물려서 우리 마음의 빗장이 헐거워지고,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는 어느 순간이다.


그것은 가슴 아픈 실연 후에 오랫동안 마음을 닫았던 여인에게 자기도 모르게 움트는 새로운 기분 같은 것이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우울증 환자가 마침내 방문을 열고 나오려는 한자욱 발걸음 같은 것이다. 짝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늘 도도하던 그녀의 얼굴에 마침내 어스름한 미소가 비친 광명의 순간이다. 낯선 학교로 전학 온 기죽은 아이에게 집에 같이 가자 손 내미는 친구의 친절함이다. 한쪽 구석 버려진 화분에 먼지 쌓인 잎사귀를 닦아주고 물을 주는 누군가의 손길이다. 권력과 싸우는 자에게 멀리서 이름 모를 이들이 글 한 줄, 목소리 하나로 보태어 실어주는 힘이다.


그렇게 삼라만상 인생사에 봄이 있다.

계절은 지나간다. 마음의 봄도 한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우리 스스로 봄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다. 잊혀 가는 것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질 때에 그것에게 당신은 봄이 된다. 당신의 미소, 당신의 진정어린 언어, 당신의 따스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전해지면, 당신은 계절과 관계없이 그 사람에게 눈부신 사월의 태양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누군가는 새로운 봄을 맞이하리라. 우리는 매일 그렇게 서로에게 봄이 된다.


IMG_6638.JPG
IMG_6625.JPG
IMG_675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벚꽃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