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 다이어리 ㅣ 이상은
갑자기 얻는 깨달음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깨달음을 유지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작가 프로필 ㅣ 이상은
Keyword: 연극, 여행, 춤, 다이어리, 팟캐스트
요즘 핸드폰 사용시간을 확인하며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오늘은 1시간도 안 썼네’, ‘3시간이나 사용했지만, 밥 먹고 청소할 때 틀어놓은 DMB 때문이니까 괜찮아’ 등 마음속으로 격려와 변명을 한다. 폰에서 다음,네이버,SNS앱들을 다 지우고, 내장된 웹 브라우저를 불능상태로 만들었다. 정말 필요한 경우 지웠던 앱을 다시 다운받아서 잠깐 사용하는데, 또 쓸데없는 짓을 하는 나를 반성하면서도 괜히 흐뭇하다. 웹주소를 내 카톡 프로필로 보내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꼼수를 발견했다. ‘이렇게까지 인터넷이 하고 싶니’ 하며 나 자신이 참 찌질하게 느껴지면서도 웃겼다. 중독방지어플로 카카오톡을 하루에 12분이 넘으면 차단되도록 하니까, 사용량이 급격히 줄었다. 일정 시간 동안 전화와 문자만 가능하게 하는 기능도 사용하는데 집중력이 확실히 좋아졌다.
스마트폰은 나에게 필요악이다. 무역오퍼상으로 혼자 일하는데, 평일 낮에 영화를 보거나 지인을 만날 때 폰으로 업무를 잠깐씩 본다. 바이어나 외주를 준 인도 웹 개발자와 시차에 관계없이 연락을 할 수 있는 것도 스마트폰 덕분이다. 내가 답장을 빨리 주어야 고객의 만족도 높아지고, 웹 개발자도 일을 빨리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문제다. 자꾸 LTE를 켜 이메일과 Skype를 확인하면서, 쓸데없이 웹서핑을 많이 했다. 핸드폰에서 확인에서 확인하고 나중에 PC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을 이중으로 쓰고 가끔 일을 잊기까지 한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밤에는 일에 벗어나 있다가 스마트폰을 쓴 다음부터 매이게 되었다. 아침 6시쯤 깨서 업무를 잠깐 처리하고, 다시 잠을 자서 8시에 일어난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더 일찍 기상했을텐데 말이다.
일의 생산성을 해치고 마음의 평화를 무너뜨리는 스마트폰 중독에서 탈출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먼저 블랙베리나 2g폰을 사용할까 하다가 불편해 보여서 포기했다. 2g폰을 쓰면서 스마트폰 공기계나 태블릿에 각종 어플설치해서 WIFI 될 때만 이용하는 것도 답답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폰 자주 보면 노안이 더 빨리 된다’,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던지 같이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자’고 스스로 다짐해도 매번 그 때뿐이었다. 시간을 잡아먹는 앱들을 지우고 중독방지 앱 ‘넌 얼마나 쓰니’를 활용하면서,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에서 2시간 이하로 사용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이번에 성공적인 것이 처음에는 모두 이 두 가지 방법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작년부터 욕심을 꾸준히 줄이려고 노력한 게 크다는 것을 차츰 깨달았다.
정말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 통에 든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동생과 나눠 먹기 싫다고 혼자 먹다가 배탈이 난 적도 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에는 스스로 학원을 4개나 다니기도 하였다. 이런 욕심이 중고등학교 때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불사오르기도 했는데,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다.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열심히 모았다. 동아리, 공모전 등 정보만 찾고 직접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웹서핑을 통해 ‘무엇인가 하고 있다’라는 위안을 얻으면서도 공허감이 커졌다.
야학 자원봉사, 아마추어 극단생활 등을 통해 ‘못해도 직접 하는 게 낫다’는 것을 깨달았고, 바쁘게 살면서 얻는 게 많아졌다. 하지만 나 자신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면서 정보만 더 찾을 뿐, 커지는 욕심을 채우지 못 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왜 그렇게 성격이 급해요?”라고 물었다. 답을 생각하다가 욕심이 모든 것을 망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며 스스로 짓눌렀던 나를 작년 말부터 서서히 풀어주었다. 마음이 많이 편해지긴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다.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고 쓸데없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하루에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분석해본 결과 가장 쓸데없으면서 마음만으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절실함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때로는 괴로워하면서도 2달 넘게 유지하고 있다.
"저 카카오톡 하루에 12분밖에 안 하니까 문자나 전화로 연락하세요’라고 사람들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한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PC에서도 카카오톡을 하고, 쓸데없이 만지작거리지 않으면 폰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 알리지 않고 그냥 쓴다. 그런데 날 통제하지 못해 카톡 아이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잘 참지 못하는게 문제다. 다른 이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오프라인이나 SNS에서 더 잘하겠다고 생각하며 견디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봄 공연의 조연출을 하며 카카오톡 하루 최대 사용시간을 없앴다. 소통을 하는게 주업무라 꼭 필요하지만, 또 쓸데없이 내 프로필에 있는 웹주소를 이용해 인터넷을 하는 게 탈이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까봐 두렵고, 핸드폰 사용시간을 아예 1시간 밑으로 줄였으면 좋겠다.
올봄 날씨 좋은 주말에 인왕산에 갔다. 3시간 동안 폰에 신경쓰지 않고,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옆 사람의 말에 귀길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놀랍고 기뻤다. 이렇게 스마트폰 시간을 더 많이 줄여서 실제 내 삶이 점점 풍성해지길 바란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도 스마트폰의 노예에서 같이 벗어낫으면 좋겠다. 전에는 지하철에 일렬로 앉은 사람들이 모두 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만 그런가 아니잖아'하면서 위안을 받았다. 이제 사람들이 디지털세계를 벗어나 같이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ps. 스마트폰 중독어플 '너 얼마나쓰니' 강력추천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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