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연애감정

6월 공통주제 <연애> ㅣ 윤성권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2-03 오후 4.16.59.png 재생에너지 연구가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나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퇴근 시간과 다르게 출근은 거의 같은 시간에 하므로 정류장이나 버스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잠깐 소개하면 언제나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빡빡머리 야구부, 오피스룩에 진한 향수가 인상적인 아줌마, 미생의 오과장처럼 눈이 항상 뻘겋게 충혈된 금융권 아저씨(배지를 보고 알았음), 토익책을 펴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게 안쓰러운 여대생 등 그 외에도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녀도 그랬다. 다른 사람들처럼 거의 매일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낯이 익을 정도로 많이 마주쳤다. 그녀는 많은 사람 속에서 언제나 우수에 찬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만 보면 바쁘고 정신없는 출근길이 마치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강남을 기준으로) 나보다 더 멀리 사는 것 같았고, 보통 같은 곳에서 내리거나 아니면 이후에 내리는 것으로 보아 나와 가까운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어제는 전날 과음으로 인해 늦잠을 잤고, 지각하지 않기 위해 평소에 이용하는 정거장보다 한 정거장을 더 걸어갔다. 근데 바로 그 정거장에 그녀가 있는 것이었다. 내가 아직 술이 깨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잠에서 깨지 않은 것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날 퇴근 버스에서 다시 그녀를 마주하였다.내 눈을 의심했다. 심지어 그녀 옆에 자리가 비어있어서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더욱더 믿기 어려운 것은 이런 일이 오늘도 똑같이 발생했고, 이틀 연속으로 출퇴근길에 그녀를 마주하게 되었다. 직장인들 출근시간이 비슷하니 아침에 만날 가능성이 그렇게 낮지는 있지만, 퇴근길에도 연속으로 보기는 정말 쉽지 않다.


학창시절에 어떤 여학생을 좋아했던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나와 다른 학교였지만, 등하교길이 같아서 거의 매일 마주쳤었다. 물론 말을 걸지도,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잊혔다. 그때 그 여학생을 마주쳤던 것은 인연도 우연도 아니다. 단순히 시간과 공간을 잠시 공유하는 무수히 많은 전체 속에 일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시골 등교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 공간과 학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해진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즉 시공간을 같이한다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말 인연인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가?


내가 그녀를 알아보기 전에 그녀는 하나의 스치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알아보았을 때 그녀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러면 나도 그녀에게로 가서 그녀의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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