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현상곡 ㅣ 신정훈
저는 글을 막 씁니다. 브레인스토밍하듯 손가락 가는대로 놔두는 식입니다.
작가 프로필 ㅣ 신정훈
현상을 쿨하게 응시하고 그것에 담긴 의미를 즉흥적인 글쓰기 과정으로 풀어내려 한다.
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작년 12월, 어머니의 수술 소식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어머니 곁에서 5개월 정도 머무를 예정이었다. 차도 직원에게 넘기고, 일에서 손을 뗀 상태로 한국 방문용 비자가 나오길 기다렸다. 결국 비자승인에 6개월이 걸렸다. 처리 기간은 길게 잡아 4주 였는데, 늦어져도 너무 늦어졌다. 다시 일을 시작한 상태라,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2주의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니만큼 충실히 어머니 곁을 지키기로 다짐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달랐다. 6개월의 기다림에 '효'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혔다. 그것은 왜 그리 금방 가냐는 말에 맞서 자신을 보호할 변론1이 됐다. 짧은 체류 기간이지만, 불효자라는 소리는 피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다.
성남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려, 어머니가 계신 요양 병원을 향해 택시를 탔다. 집과 도보 5분 거리였다. 도착이 가까워지자, 문자로 어머니가 병실 위치를 알려주셨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있는 병실로 향했다. 8인실이었는데, 어머니 빼고 다들 노인 분이셔서 병실은 조용했다. 낯익은 뒷모습이 눈에 띄였고 바로 곁으로 향했다. 어머니를 부르자 수많은 감정이 담긴 눈빛이 나를 쳐다봤다. 힘든 일을 겪은 어머니는 부쩍 늙어 있었다. 수술을 위해 짧게 자른 머리와, 무성한 흰머리, 깊어진 주름에 힘들었던 3년이 보였다. 인사를 나누기 전에 어머니를 안았다. 어머니는 10키로 넘게 살이 빠졌다. 내 품 속 부쩍 야윈 어머니의 존재에 만감이 교차했다.
일평정도 남짓한 공간이 어머니께 배정된 공간의 전부였다. 일인용 침대와 작은 관물대. 침대 손잡이에 자주 쓰는 물건들을 걸어놓거나, 수납용 바구니를 테이프로 고정시켰다. 어머니의 하루가 대략적으로 그려졌다. 마침 식사 시간이었는데, 오랜만에 병원밥을 볼 수 있었다. 침대엔 간이 식탁이 달려 있어,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었다. 나물 두 개와 도토리묵, 맑은 국물과 흑미밥이 식판 위에 올려져 있었다. 다시 한 번 병원에 계심을 실감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숟갈 넘어 어머니의 떨어진 기력이 보였다. 몇 마디를 입에 오물거리다, 결국 아무렇지 않은 듯 밝은 톤의 문장을 꺼냈다. 초라한 어머니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었고, 변한 환경의 슬픔보다 재회의 기쁨이 컸으면 해서였다. 심각한 이야기를 최대한 담담하게 듣고, 내가 말 할 차례가 왔을 때 자연스레 밝은 소재로 전환했다. 누구보다 강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의식적으로 어머니가 그 모습으로 돌아가길 강요했다.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어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2년 전에 이사한 곳인데, 직접 가는 건 처음이었다. 가까웠지만 가파른 오르막길로 걸음을 뗄 때마다 불편했다. 현실을 마주할 수록 죄목이 늘었다. 나를 위한 호주의 삶, 그를 위해 외면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젊은 남자가 걷기도 힘든 이 길을, 며칠 전부터 오르내렸다고 한다. 아들을 위한 마음에 청소와 빨래를 하셨다. 집 근처에 오자 숨이 가빠졌다. 거친 숨과 함께 원망과 죄송스러움을 토했다.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청결한 실내가 한국 첫 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짐을 아무대나 풀었다. 옷을 벗어 던지고, 집을 한번 둘러보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렸다.
호주의 겨울에 적응한 몸이 갑작스레 초여름 날씨를 마주하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땀을 닦기 위해 샤워를 했다. 그 동안 어머니는 벗어놓은 옷을 정리하고 본인은 먹을 수 없는 고기 요리를 했다. 그리고 설거지를 했다. 바로 집에서 나와 체류 기간동안 필요한 핸드폰, 체크카드를 만들고, 호주 돈을 환전하고, 치과를 찾았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에 어머니가 동참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게 분명한데도 오늘 중으로 다 처리해야 편하다며 길을 재촉하셨다. 그러다 끼니를 놓치면 건강에 안 좋다며 냉면집으로 손을 잡아 끌었다. 몇 차례 거절했지만 단호한 어머니의 손에 사양하는 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냉면집은 냉방이 잘 돼 시원했다. 어머니는 말했다.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라, 꼭꼭 씹어 먹어라. 오랜만에 한국에서 먹는 냉면은 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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