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소통의 부재

<소통>에 관한 이야기 ㅣ 안창은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9-26 오후 5.20.22.png 그래픽 디자이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자아를 찾아 방황중입니다. 그러데 그 방황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나의 조각이 하나 둘 모여지는 것같거든요


작가 프로필 ㅣ 안창은

그래픽디자인과 웹UI개발 경계에 서있는 감성인



언젠가, 친했던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계기로 인해 ‘인간관계’에 대한 번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그런 순간이 있었다. 10년이 넘게 같은 동네에 살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함께 공유했고, 가족에게도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비밀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그런 친구였다. 짓궂은 친구의 장난이라고만 생각했던행동들이 어느 순간 의식되기 시작하면서 살이 에일 것 같던 그 날 날씨처럼 차갑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불화가 있기 전, 나는 우리의 관계는 유리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 사이엔 유리가 있어 유리 안에 있던 나는 밖에 있던 친구의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밖에 있는 친구 역시 안에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생각했다. 하지만 불화가 있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나의 착각일 뿐 우리의 관계는 유리가 아닌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에선 밖의 풍경이 훤히 보이는유리 같지만, 밖에선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으며 온전히 자기 모습만을 투영하는 그런 특수한 거울 말이다. 아마 거울 밖에 있던 친구에게는 안에 있던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리라. 내입이 친구를 부르고 내 눈이 친구와 시선을 마주하고 내 손이 친구를 향해 흔들리고 내 목소리에 반가운 웃음소리가 묻어나는 그 순간 친구가 날 보고웃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친구는 거울에 반사되는 자신의 눈과 마주하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해마다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리 큰 금액의 선물은 아니었지만 무엇을 줄까 고민하고 준비했다. 부담스럽다며 선물 안 주고 안 받자던 너무나도 그 친구다운 솔직한 발언이 생각났지만, 누군가에게 받는 기쁨을 알기에 그냥 친구가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그럴 때마다 네가 웬일이냐던 친구의 말이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친구가 할 수 있는,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가기로 한 여행 때문에 다툼이 있던 날, 회사 회의 도중 온 친구의 카카오톡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해서 생긴 분쟁에 불같이 화를 내던 친구는, 일기를 적듯이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말만 하고 내가 말하는 도중에 자리를 떠버렸다. 나와 화해할 의지도 생각도 일절 없어 보이는 그 태도가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며칠이 지나도 친구는 사과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평소와 달리 먼저 말을 걸지않았다. 아니, 친구는 혼자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나갔기때문에, 쌓일 감정도 사과하고 풀 일도, 없어 보였다. 그 이후 친구의 행동이 의식되기 시작했고, 다른 의미로 다가와 낯설었다.


매번 친구의 생일을 챙겼지만 그런 모습을 기억 못 하는 친구가 조금 미워지기 시작했고 10년이넘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공허함과 허무함만이 보였다.

그 후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던 그 날, 혹여 친구가 힘들어하진 않을까걱정되어 술친구가 필요하면 되어주겠다던 내 문자에, 다음날 사실은 네가 술이 마시고 싶어서 마시자고한 것 아니냐는 친구의 문자에 그 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상했다.


그 일이 있고 친구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전엔 친구와 불편한 공기가흐를 때마다, 항상 그래왔듯이 솔직하고도 악의 없는 친구의 언행이라고,조금 예리하고 따가웠지만, 장난이라고 믿었다. 나보다더 현실적인, 장난이 짓궂은 친구였기에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솔직할 뿐이라고, 내가 잘 모르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해주는 친구는 흔치 않으니까 오히려 그런 솔직함에 감사했던 적도있었다.


처음엔 날카로운 친구의 말과 행동이 생각나서 실망했고 분노했다. 점차 시간이 흐르고자기연민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내 진심이 그 친구에게 닿지 못하는 걸까? 나의 걱정이 녹록하고도 하찮은 것으로 친구에게 닿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내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까? 내가 바뀐 탓일까? 내가사회에 찌들어 마음에 여유가 남지 않은 탓일까? 혹은 나 역시 내 감정에 취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친구에게 강요한 것은 아닐까?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이제는거울 안에 있었던 사람이 나였는지, 친구였는지조차 혼란스러워졌다.


그 이후 나는 시험공부를 이유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줄였고, 그 친구와 자연스레 멀어졌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으니 친구 역시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같이놀던 친구들 모임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친구는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무색하게 우린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동네에서조차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과 환경이 우리 사이를 변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되었던 우리는 학교와 학원을 같이 다니며 온종일 붙어있었고, 모든생활을 공유하며 마치 쌍둥이처럼 하나가 되어갔다. 좋아하는 것도 관심사도 옷 입는 취향도 하고 싶은것도 비슷했다. 내 머릿속의 내가 아는 친구의 모습은 고등학교 2학년때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인데, 현재 친구의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던 탓일까? 혹은 친구는 그 모습 그대로인데, 내가 변한 것은 아닐까?


이번 일을 계기로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소통은 상대를 배려하지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설득하면서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와 소통하기를 포기했던 것 같다. 내가 친구의 모습을 더 보려 하지 않을 때, 혹은 친구가 나의 모습을제대로 봐주지 않을 때 내 마음속에서는 '그냥 우리 사이에 문제를 만들지 말자. 굳이 말 안 해도 다 알잖아. 우리가 서로 안 지 10년이 넘었으니까' 라는 안일한 이유만으로 친구를 설득하지도 생각을공유하지도 못했다. '얘는 원래 이런 애니까...장난이겠지.'라고 말이다.


물론, 친구의 잘못도 있다. 친구 역시나와 소통하려 노력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우리 사이의 문제점을, 나의마음을 친구와 대화로 풀어나가려 노력하지 않았듯, 그 친구 역시 그랬으니까.

사실 사람 관계에 대해, 소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또 글로 옮기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소통을 잘 모르겠다. 또한, 앞으로도 내가 소통을 잘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경험을 통해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고, 다음번엔 내 이야기를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을 공유하려 노력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사람과 관계를 하면서 미숙하지만, 소통을 하고 싶은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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