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PAGE ㅣ 윤성권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요즘들어 흰머리가 참 신경쓰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울을 보다가 흰머리를 발견하면 족집게로 뽑곤 했는데 어느날 흰머리도 내 머리의 일부라 생각하니 뽑기가 망설여진다.
주로 옆 머리에 분포한 흰머리 일당은 처음에는 소수에 불과했는 데 지금은 눈에 확 띌 정도로 많아졌다. 신기한 것은 양쪽에 고루 분포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오른쪽에만 근거지를 형성하고 있다. 아마도 우뇌를 많이 써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흰머리 일당을 계속 놔둘 수 없어서 염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용실에서 하는 염색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간편하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염색약을 샀다. 거품을 내어 머리에 덕지덕지 바르고, 빗으로 머리를 잘 빗겨내면서 염색약이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제길 어렵다. 나의 한심함을 깨닫는다. 집에서 쉽게 염색할 수 있었다면 누가 미용실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염색하겠느냐
우리 가족들은 다들 흰머리가 많았다. 아버지도 많았고, 할아버지도 많았다. 내 동생은 흰머리는 아니지만 새치가 많았다. 근데 흰머리와 새치의 차이는 뭐지?
여튼 우리집은 아마도 흰머리가 유전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내가 별종이다. 최근 들어 흰머리가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어렸을 때는 거의 없었다. 아마도 유전인자가 지금 와서 발현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스트레스나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고충을 술자리에서 털어놓았다. 숨기고 있었지만, 염색을 몇 차례나 한 친구도 있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나보다. 결국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또 사회 전체가 문제이다. 자연스레 나이가 들고, 스트레스 받고 하면 흰머리가 날 수도 있다. 근데 왜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숨기려 하는 걸까? 가만히 보면 남자들의 이유는 거의 한 가지로 좁혀진다.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어서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
그 전에 애인을 만들어야겠다.
그 전에 소개팅을 해야겠다.
그 전에 염색을 해야겠다.
소개팅 때문은 아니지만 커트를 하려고 미용실에 갔다. 투블럭으로 자르시네요? 직원분이 옆 머리는 몇 mm로 자르시냐고(보통3mm, 6mm, 9mm) 묻지만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흰머리가 조금씩 잘려나가는 것이 시원하면서도 빗으로 머리를 들추니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곳까지 흰머리가 침투해있다. 다시 침울하다.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두피가 많이 상한 것 같아요 라고 한다. 더 침울하다. 그래서 계획에 없었던 두피마사지를 받았다. 참 시원하고 개운하고 좋았다. 직원말대로 가끔 두피마사지를 받아야겠다. 그나저나 옆머리를 6mm로 짧게 잘랐으니 당분간 흰머리는 잘 보이지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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