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안녕 수요미학회

ONE DAY ONE PAGE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지금으로부터 1년전, 아니 정확히 말하면 13개월 전 난 미학회를 열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고 아는 지인이 차린 카페 오픈식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결정해버렸다. 그곳의 지하실은 작은 돔형태인데 1층과 연결된 천장이 뚫려있어 마치 하늘의 기운이 지하까지 흘러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박해받던 시절, 모임을 갖고 거주했던 카타콤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도 기독교인이기에 예배모임을 떠올릴 수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 교육’이라 늘 생각해온지라 미학모임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성령이 넘쳐났는지 평소에 자주 들렀던 지대넓얕 소모임 카페에 일필휘지로 장문의 모집요강을 올렸다. 놀랍게도 그 글에 감동받은 10명의 지원자가 카페를 찾아왔다.

그로부터 1년간 우린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총3권)’를 스터디했다. 물론 중간에 회원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바뀌기도 했지만 이 모임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닌 ‘미학’ 그 자체였기에 누구도 크게 마다하지 않았다. 매주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발제를 하며 시간의 수레바퀴와 함께 굴러갔던 미학회, 드디어 오늘로서 막을 내렸다. 각자 느낀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나만의 깨달음을 얻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인류는 아름다움을 발견해왔고 그것의 원리를 파악했으며 창작활동을 통해 아름다움을 체험했다. 단순한 재현에서 주관적 심상의 표현 그리고 인간이 정립한 예술계에 대한 도전과 반항.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며 ‘예술의 종언’까지 도달한 현대에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 그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예술작품은 이제 미술관 밖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백화점에서도, 거리에서도, 다양한 미디어의 가상세계 속에서도 심지어 조폭의 몸에 새겨진 문신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쫓는 행위보다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인지 아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이와이슌지 감독에 열광한 적이 있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하고 한동안 신작이 안나와 봤던 작품을 무한루프로 돌려보며 <이와이 월드>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신작 <릴리슈슈의모든 것>이 부산영화제에 공개되었을 때 메시아를 만나러 달려간 나병환자처럼 난 부리나케 부산으로 날라갔다. 하지만 예매 오픈하자마자 표가 매진되었다. 난 혹시 암표라도 구할수 있나 싶어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상영되는 극장 앞을 배회하였다. 드디어 상영시간이 되자 표를 가진 사람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갔고 난 우두커니 극장문 밖에 서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어야만 했다.

상영시간 145분이 흐르는 동안 난 극장 밖에 계속 서있었다. 침묵한 채 멍하니 극장의 유리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했다. 난 그 벽에다 대고 계속 똑같은 질문을 했다.

왜 저들은 안에 있는데 난 밖에 있는 것일까?

마지막 미학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을 걸으며 그 시절 극장 밖에 있던 내가 떠올랐다. 최근에 시를 공부하며 그 감정에 어울리는 적절한 언어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처연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연함'을 모르는 사람은 절대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고… 어느새 난 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또 바보처럼 그 사람의 세계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너는 아름답지만 나는 더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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