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ONE DAY ONE PAGE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그의 음악을 듣기 전에 신성한 예배의 시작 기도를 하듯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읊조린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만 전문가 수준은 아니다. 대충 유명한 곡의 제목을 알고 몇몇 작곡가에 관한 특징과 에피소드를 주어들은 정도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클래식 거지>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의 거리 한복판에 쭈구리고 앉아 “한 곡만 줍슈~”하며 구걸을 한다. 그런 내가 바흐를 정면으로 마주보게 된 계기는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클래식미식회> 때문이다. 한주에 한 명의 작곡가에 대해 연구하고 그의 음악을 같이 들으며 품평을 한다. 그 첫 시간을 연 것은 바로크 음악 작곡가,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이다. 모임을 위해 일주일간 거의 바흐 음악만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내 몸의 세포들이 오와 열을 맞추며 정렬을 한다. 심지어 세포들이 “야 새치기 하지마! 제대로 줄 서~’하며 싸우는 소리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혼돈스러운 마음이 가라앉고 단정해진다. 마치 오래된 고가구의 서랍장을 여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아버지가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통을 들고 고등학교에 찾아왔다. 둥그런 검정색 3단 도시락통. 그것을 여니 몸에 좋은 유기농 음식들이 정갈하게 종류별로 분리되어 펼쳐져 있다. 물론 우리 아버지는 요리를 할 줄 모르나 바흐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내 아버지였으면 하는 바램도 생기고 그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는 기분도 든다.


정말 신기한 것은 바흐의 음악이 내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본디 무질서하고 즉흥적인 사람이다. 내 안의 제우스와 바커스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코스모스와 카오스가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언제나 바커스와 카오스가이기고 만다. 그래서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고 규칙을 잘 어기며 무질서에 익숙해져 있다. 그것이 삶에 그대로 묻어나는데혼자 사는 집은 아무리 청소를 해도 금새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한번은 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집에 돌아와 무척 놀란 적이있다. 도둑이 왔다간 줄 알고 신고할 뻔 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집안 청소를 자주 한다. 마치 강박증환자처럼 좁쌀만한 얼룩 한점 허용하지 않고 물건이 흐트러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청소가 끝난 뒤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서 바흐를 마저 음미한다. 바흐도 커피를 좋아했었지…그래서 ‘커피 칸타타’ 라는 음악을 만들었었지…생각하는 동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난 원래 이나영 사진이 박힌 커피믹스만 먹었다.)


집에서 요가를 하는 동안에도 늘 바흐의 음악을 틀어놓는다. 요가와 바흐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 과정은 마치 신에게한발짝 한발짝 다가가는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다. 그 빛이 너무 눈부셔 어느새 내 눈이 멀고 캄캄하고 고통스러운 동굴을 지나가며 나의 심장은 박동한다. 그래서일까? 내게 요가와 바흐의 색깔은 블랙 & 레드이다. 블랙으로 덮인 진한 레드. 장님이된 나는 내가 어디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신을 만날 때까지 오직 전진을 한다. 이제 되돌아 갈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다.그래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눈은 오직 눈물만 흘린다. 그러는 동안 난 점점 ‘거룩’의 의미를 깨닫고 나의 고통이 운명임을,내가 그에게 선택받았음을 순응하게 된다. 내가 요가를 바흐를 그리고 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요가가 바흐가 신이 나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요가를 바흐를 신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난 점점 환해지며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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