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 ㅣ 이정민
전 건망증이 심해서 병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전 10시반에서 11시까지 무엇을 했는지,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물은 몇 잔을 마셨는지...흘러간 시간 속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감정들까지도 세세하게 기록하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이정민
직장인. 성격이 무척이나 쾌활한데 힘든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과장일지도 모름.
이쁘고 잘 생긴 애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한다. 나는 겪어보지 않아서 그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중에 누가 진심인지 모르겠다. (어떤 것이 진심일까? 내가 못생겨졌을 때도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진심인가? 내가 너에게 상처를 얼마나 주든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진심일까? )',' 못생긴 다른 애들이 질투한다.' 등등.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난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일단 난 지금, 내 얼굴로 살아가야 된다. '태어났는데 못생겼을 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1번, 예뻐지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다른 종류의 자원들이 적어서 인적자원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인구밀도가 높아서 경쟁이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한 데다가 그 사람의 능력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점이 호감을 살 수 있는 외모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이뻐지고자 (혹은 적어도 생긴 게 착하도록)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유고한 역사와 많은 사람들의 필요로 인해 성형기술은 지대한 발전을 이뤄왔다. 그래서, 최근에 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술이라고 일컫던 것들을 지금은 시술로 여길 정도로 성형에 대하여 가볍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면 한 두 군데 했거나 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가 성형미인으로 유명해진 연예인들을 보며 흔히 하는 얘기 중에 하나로 그래도 본판이 어느 정도 이뻐야 성형 후 그냥 성형인이 아니라 성형미인이 된다는 결론이다.
성형이 아니라도 성형화장으로 불릴 만큼 화장 또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다. 화장으로 특정 연예인의 화장을 따라 하면 이 사람, 저 사람도 되기도 한다. 모공에 바람 들어가서 추울 것 같은 피부가 도자기 피부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쭉 째진 눈이 강아지 눈이 되거나 쉐딩을 넣어서 없던 코가 생기거나 있던 턱이 없어지는 등 별별 요술이 다 있다. '(나에게) 화장은 (다른 활동에 비해서) 가성비가 너무 낮다'는 나의 말에 화장하는 친구가 화장을 가르쳐주면서 '화장하면 다 예쁘다'고 그랬었는데, 예쁜 그 친구가 화장한, 지나가는 여자한테는 예쁘다고 안 하는 거 보면 친구관계에서 먹히는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도 친구랑 잘 지내야겠다. 본판이 안되면 친구랑 잘 지내기.
2번. 이쁜 사람들을 동경한다.
보통의 여자(이하 보통녀라고 하겠다.)들이 1번과 더불어 이런 전략을 사용한다. 상당히 수동적이라는 점에서 전략으로 취급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방법은 이쁜 사람들에게 후광을 달아줌으로써 보통녀들과 비교하여 그 사람들에게 이득만 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이쁜 사람들에 대하여 환상을 가진다. 예를 들어 이쁜 사람들은 밥도 이쁘게 먹고 요리도 잘 할 것 같고(전지현은 김치냉장고 CF에서 김치를 얼마나 이쁘게 담그는지, 그리고 그 김치는 아삭하는 소리가 우리 집 스피커를 얼마나 왕왕 울리는지) 술은 거의 못하거나 안 하며 주정도 예쁘게 할 것 같고(영화 내 사랑에서 이연희의 술주정 - 풀린 눈으로 왼쪽으로 수영을 하는 춤을 추며 '귀여워 귀여워 ~') 화장실도 안 갈 것 같다는.
그래서 이쁜 사람들은 이런 타인들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는 쪽으로 혹은 아예 타인들의 생각과 반대쪽으로 가는 등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살게 된다. 타인들의 생각에 부응을 많이 해주면 팬이 많이 생기거나 광고를 찍게 되고, 연예인이 아니라 그냥 일반인 여자라고 해도 남자들에게 대시 혹은 그 수단으로 선물 등을 많이 받는 등의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방법은 한 개인으로서 자유를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불행하다. 커다란 눈과 하얀 피부를 가져서 술은 거의 못 할 것 같았는데, 사실 소주 3병을 마신다고 하면, 타인들이 뜨악해하며 갑자기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그 여자 연예인은 술을 못 마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여자 연예인은 갑자기 애증의 대상으로, '애'에서 '증'으로 바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의 표현(극단적이며 평범한 예로 악플)을 받게 되고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길들여지고 나면,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점검하는 자기검열이 심해질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계속되고 나면 자유롭게 살지도 못하고 자존감이 자신의 외모에서 비롯되어지기 때문에 지금도 충분히 이쁘지만 더욱 이뻐지고자 하고(심하면 모델들의 거식증, 폭식증, 평범하게는 각종 필러), 가는 세월을 붙잡아놓고자 하고, 지나간 세월 혹은 새로 나온 어리고 예쁜 여자로 인해 갑자기 사라진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갈구하다가 어느덧 황폐한 내면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더 말하지만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각종 매체와 문헌에서 본 것을 토대로 추측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쁜 여자들의 인생에서 명과 암인 것 같지만, 이런 일은 보통녀에게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스스로를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특정 연예인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심적인 나락으로 떨어진다. 특히,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은 십대의 청소년들에게 더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청소년이 아닌 성인 여성에게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동경이라고 하는 것이 그에게 빛을 비추는 것인데, 그에게 빛을 비추기 때문에 나에게 그늘이 진다면, 그리고 내가 보내는 빛 때문에 그에게 더 진한 그림자가 생긴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빛이란 말인지.
3.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된다.
평가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된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구걸하는 마네킹이 아니라 마네킹이 원하는 시선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고미숙씨 저서 인용 활용) 예를 들어 어떤 모임에서 어떤 여자가 이쁘다면 그 여자랑 자신을 비교해서 '나는 왜 이렇게 생겼지'가 아니라 '오, 저 여자가 이쁘군! 이쁜 대상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흐뭇)..'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옛날에 읽었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소설에서 한 무리의 이쁜 여자가 여러 사람들에게 이쁨 받았었는데, 그 무리에 더 이쁜 여자가 오면서 이 덜 이쁜 여자는 이쁨 받는 객체에서 이쁨 받지 못하는 객체가 된다. 그 여자를 박민규 작가는 군만두 같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탕수육이 없을 때는 누구나 먹고 싶어하지만 탕수육에 서비스로 왔을 때는 모두 다 먹을 때까지 남는...
혹은 다른 소설에서 '행성'이 아닌 '항성'처럼 살아라고 하는데, 항성은 그 예로 태양을 들 수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성은 빛을 내지 않아서 가까운 항성의 빛을 반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천체를 의미한다. 다시 돌아와서, 항성처럼 살라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소설에서 화자는 부모님이 이혼한 가정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글을 쓰며 사시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와 이혼하고 평생 어머니에 대하여 그리움인지 아닌지 모르는 감정을 붙들고 살아간다. 아들은 어머니는 항성처럼, 아버지는 행성처럼 사는 사람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지금의 삶을 어머니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와 이혼하지 않았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느냐는,... 아들의 질문.
4. 선택과 집중하여 대상으로 다가간다.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니까 여러 사람한테 이쁘게 보일 필요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배우자에게만 이뻐 보이면 된다. 사실, 안 예뻐도 배우자는 구할 수 있다. 혹은 독신주의자면 아무도 필요없겠다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친구는 있어야 되니까 한 명 정도는 꼬셔보자. 4번 전략은 방금 우리가 선택한 한 명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음, 물리적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우리가 거울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눈을 왜 이렇게 생겼고 코는 왜 이렇게 생겼으며 뭐 어쩌고 저쩌고 불평을 하게 되는데 거울로 얼굴을 더 갖다 대면 점점 눈이 커지면서 동공과 그 주위를 감싸는 홍채만이 보인다.
이 전략이다. 단순 노출 효과라고도 하는 것 같은데 찍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랑 자주 만나는 것이다. 혹은 다른 갖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어떻게는 친해지는 것이다. 친해지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른 매력 개발하기 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건 지금 이야기하는 포인트가 아니니까 논외로 하고. 사람은 자신을 기본적으로 긍정하기 때문에 자기와 친한 사람에 대하여서도 긍정하게 된다. 혹은 자주 봐서 친숙해지는 것이다. 우리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친해진 사람이지만 처음에 그 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 생경한 경험. 근데 지금은 그 사람과 하하 호호하고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전략을 짜는 것이다. 방금 물리적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설명한 것처럼 어떤 사람과 나의 심리적인 거리를 최대한 좁혀서 그 사람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내 눈의 모양보다는 나의 눈빛이, 내 입술의 모양보다는 내가 하는 말이 그에게 중요하도록.
그리고 방금 기본 전제로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긍정한다고 했는데, 자신을 긍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전략이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혹시 찍었는데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다시 찍자. 스스로를 긍정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서 만남을 잘 이어가기는 스스로를 긍정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시작인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으니까.
5번. 받아들인다. 나의 이렇게 생김을 받아들인다.
5번은 앞에 나왔던 스스로에 대한 긍정이 전제가 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전략이다. 기본적으로 스스로에게 긍정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사실 외모는 객관적으로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내가 유머러스하다, 친절하다, 눈치가 빠르다 등등의 장점을 하나씩 혹은 여러 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장점을 생각해봤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우리가 만약 정말 예뻤다면 혹은 잘 생겼었다면 그 장점을 가지고 있었을까?
나의 사적인 예를 든다고 하면, 나는 남동생과 꽤 사이가 좋다. 보통의 누나와 남동생의 사이라고 하면 데면데면하거나, 조금 어색하거나, 티격태격 거리 거나를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나는 동생이랑 사이가 좋고, 멋있고 의젓한 내 동생은 나의 자랑거리이다. 나와 동생이 '의'가 좋은 것은, 동생도 나도 동의했지만, 어릴 때 부모님의 이혼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께서 나와 동생을 친가로 데려가 사촌들과 함께 자라면서 동생과 서로 의지했던 것이 지금 우리를 잘 지내게 만든 것이다. 사실, 화목한 가정에서도 동생과 사이가 좋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이 예가 적절하지 않다고 해도, 우리는 나쁜 상황을 견뎌내고 시간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나쁜 상황이라서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순간은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때때로 재난이기도 하지만 재난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상처 입은 개인들, 그리고 그들의 영광스러운 흉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