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에너지ㅣ 윤성권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 투명하고 얇은 비닐에 쌓인 치즈는 신기함 그 자체였다. 종종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들이 그것이 맛있다고 자랑하곤 했을 때 치즈는 도시 사람들만 먹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피자가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피자를 먹기 전까지도 치즈는 상당히 어색하고 멀기만 한 존재였다.
최근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 있는 웹툰 치즈인 더 트랩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연말연초 술자리에 치즈가 안주로 자주 등장해서 그런지 몰라도 어느 때보다 치즈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치즈에 호감이 간 이유는 치즈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였던 것 같다.
정확히 치즈가 직접적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치즈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인 유청(Whey)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청은 주요국에서도 폐기물로 간주되었다. 보통 유청은 강가나 밭에 버려지곤 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환경규제로 강가나 토지에 배출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유청 처리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한 회사는 유청 처리에 대한 재정압박으로 공장 문을 닫기도 하였다.
유청은 주로 액체 형태를 띄고 있지만, 그 안에는 단백질과 유당이 포함되어 있다. 유청에 박테리아를 첨가하면 당을 소화하면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그 메탄가스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가 터빈을 돌리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과정이 복잡하지만 어쨌든 치즈를 통해 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골칫거리였던 치즈 부산물은 멋지게 에너지원으로 탈바꿈하면서 이제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게 되었다.
유청 처리에 곤욕을 치렀던 공장들은 소화조와 몇몇 시설 설치를 통해 작은 발전소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 유청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공장에 필요한 에너지도 충당하게 되었다. 추가로 생산된 전기는 전력회사에다가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치즈의 에너지 전환은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내가 치즈와 가까워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처럼 치즈가 향후 에너지 위기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기술과 정보의 발달로 에너지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치즈의 재발견은 발전소가 없는 산지나 섬 등 고립된 지역에서도 이제 충분히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에너지 위기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가 운전이 어려울 경우에 위와 같이 치즈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거나 다른 음식폐기물을 이용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세상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