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얼음 그리고 땡

KEYWORD ONE PAGE <얼음>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NaverBlog_20150821_161830_16.jpg?type=w740


얼마 전 <무인양품 디자인>이라는 책을 보면서 무인양품 회사가 가지고 있는 철학에 대해 탄복했다. 설득이 아닌 감화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회사.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상품 개발에 전적으로 이용하는 시스템. MUJI AWARD라는 디자인 경연을 통해서 소비자가 한 디자인으로 상품을 만드는 회사. 이 회사는 마치 소비자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인양품에서 소비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으며 추가 제작에 열을 올리는 제품이 <실리콘 얼음구슬 제조기>라고 한다. 시장에 나오면 언제나 완판이 되서 상품제작이 소비속도를 못따라간다고 하니 마치 무지는 소비자와 얼음땡 놀이를 하는 게 아닌가? 란 생각이 든다. 상점이 도망치다가 판매완료가 되면 얼음! 외치고 소비자는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꼴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본사 공장에서 땡을 외쳐주면 또 열을 올리며 열심히 판매를 하는 상점. 난 왜 애초부터 엄청 많이 만들어 늘 재고가 쌓여있게 하지않을까? 궁금했는데 아마도 무인양품은 이런 식으로 소비자와 밀땅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역시 게임이란 긴장감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우세해버리면 게임할 맛이 안난다. 어릴 적 얼음땡 놀이를 할 때도 우리가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의 규격을 정하고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술래 걸린 사람이 도저히 술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규격의 한계역시 게임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무인양품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 되고싶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의 철학을 가지고 끊임없이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소비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회사를 원합니다. 그래서 늘 유연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난 그의 말에서 게임의 '공정한 룰'이 떠올랐다. 무인양품은 실제로 회사를 키워가며 끊임없이 수평적으로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침투해 보다 향상된 라이프 스타일을 고민하고 투자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무인양품 하우스>이고 하우스의 도면 설계에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하우스 중앙에 계단을 두어 공간을 분리하는 아이디어, 1층에 세탁실과 샤워실을 같은 곳에 두어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 편리한 공간활용 아이디어들 모두 소비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런 인터렉티브한 시스템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소통과 자금이 충족되줘야 한다.


반면 국내의 대기업들을 살펴보자. 국내의 대기업들을 매우 일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독과점으로 독식을 하며 중소기업이 점점 망해가고 또 제조를 외국에서 싼 인권비로 하고 국내 소비자에게 외국 판매가보다 비싸게 팔고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현대 자동차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애초부터 현대만 이기기 위한 게임이 되고 만다. 차가 많이 팔려서 덕을 보는 것은 오직 현대 밖에 없는 것이니 과연 지속가능한 게임이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즉 국내에서 정부가 대기업의 세금을 줄여주고 육성시키는 것은 경기부양의 낙수효과와 일자리 창출을 바라는 것인데 도대체 위에 고인 물이 떨어질 생각을 안하니 애초부터 게임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의 이재용이 국민연금을 이용해 8조의 이익을 챙기면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상황이 드러났을 때 삼성이 망하면 국내경제가 위험해진다...라며 이재용을 옹호하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여기에 문제제기를 한다면 일단 재벌과 기업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고 이재용이 감옥에 가도 삼성은 어떻게든 돌아간다. 그리고 삼성은 애초부터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준 기업이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많은 희생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삼성을 동경하고 옹호하고 면죄부를 주는 생각은 일종의 '노예근성'이 아닐까 싶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순환하지 못하고 얼어버린 이유에도 대기업의 잘못이 매우 크다. 독식한 자본이 위에서 얼어버렸고 밑에있는 논밭은 메마른 채 얼어버렸다. 왕좌의 게임의 대사가 떠오른다. Winter is comming. 내가 두려운 것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화이트워커 좀비들이 판을 치고 돌아다닐 것이라는 점이다. 사기꾼들이 늘어나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망상증 환자들이 늘어나고 서로 물고 뜯으며 생존을 위한 사투가 펼쳐질 것이다. 결국 우리의 심장은 다 얼어붙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다시 무인양품의 <얼음 구슬>을 살펴보자. 알록달록한 다양한 색의 둥글둥글한 얼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 사진을 가만히 보고있으니 나도 모르게 어릴 적 순수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저 얼음을 서로의 입에 쏙 넣어주고 함께 우물우물 음미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무인양품의 철학처럼 자꾸 채우려기보다 비움을 즐기며 무리하지 않고 현재를 사랑하는 삶.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더할나위 없다고 느끼는 삶. 그리고 경쟁보다 공존하며 함께 도우며 성장하는 삶. 모두가 그런 삶을 살기를 꿈꾸며 오늘 밤 꿈에서 친구들과 꼭 얼음땡 놀이를 하고 싶어졌다. 얼음이 되어있는 나를 땡해주러 달려오는 친구의 얼굴만 상상해도 벌써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스크린샷 2017-02-13 오후 3.36.49.png


한공기님의 다른 글을 읽고싶다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드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