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테이크아웃(포장)

FREE STYLE ㅣ 윤성권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2-03 오후 4.16.59.png 재생에너지 연구가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우리는 커피를 주문할 때 테이크아웃(Take out)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즉 커피를 실내가 아닌 밖으로 가지고 가서 먹는 것으로 의미가 통하는 데, 정확히 알아보니 테이크아웃은 가지고 다니며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 혹은 포장된 음식을 일컫는다고 한다. 지금은 교통통신의 발달로 거의 모든 음식의 배달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일상화되기 전에는 치킨이나 족발도 직접 가게에 가서 테이크아웃 해야만 했다. 검색창에 테이크아웃을 검색해보니 스타벅스가 인기를 끌면서 테이크아웃이라는 말이 보편화었다고 한다. 학교 앞 떡볶이나 번데기, 놀이공원 입구에서 팔던 솜사탕, 길거리에서 팔던 뻥튀기나 붕어빵 등이 모두 테이크아웃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남는 음식을 포장해가는 의미로 테이크아웃에 접근했다. 그 이야기를 더 해보겠다. 우리 아버지는 매운탕을 참 좋아하셨다. 그래서 종종 가족들과 매운탕 음식점에 가곤 했다. 모처럼 가족들과 메기 매운탕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슬슬 일어나려고 하면, 아버지는 종업원을 불러서 남은 매운탕을 꼭 포장해달라고 했다. 처음에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지만, 아버지는 기어코 그것을 집에 가져가서 맛있게 드셨다. 이후 매운탕 음식점은 우리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아도 남은 것들을 포장해주었다.


그러한 영향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도 밖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먹고 남으면 꼭 포장을 부탁했다. 이후 그것들을 넘어서 전집에서 모듬전, 파전, 김치전을 먹다가도 남으면 꼭 포장해달라고 했다. 지난번에는 막걸리 가게에서 두부김치를 주문했는데, 저녁을 배불리 먹고 온 영향인지 안주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을 포장해달라고 하니 종업원은 “이것을 왜 싸가지?” 하는 눈빛을 보이며 졸지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은 경험도 있다. 나는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포장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포장을 하지는 않는다. 술자리에도 나름의 예절이 있듯이 남은 음식 포장에도 나름 나만의 기준을 갖고 있다. 반찬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 남았을 경우에 포장을 부탁한다. 예를 들어 모듬전을 맛있게 먹고 동태전이 한 개 남았는데, 그것을 포장해달라고 조르지는 않는다.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여행을 갔다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마주한 적이 있다. 끝없이 나오는 코스요리를 미션 해결하듯 먹었는데, 마지막에 찐빵이 나왔다. 그것까지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포장해달라고 했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하며, 이따가 배고플 때 찐빵 먹으면 되겠다. 저녁에 숙소에서 출출할 때 찐빵 먹으면 되겠다. 공항 갈 때 밥 먹기 모호하니 찐빵 먹으면 되겠다. 찐빵을 언제 먹을지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버렸다. 처음부터 가져오지 않았어야 했다.


우리에게 포장은 너무나 어색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쪽팔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남은 음식 포장해 가는 것을 쉽사리 보기 어렵다. 어차피 내가 가져가지 않으면 가게는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할 것이다. 남은 음식을 집에 가져가서 먹으면 사회 전체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한 끼의 반찬 대용으로도 먹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남은 음식을 모두가 다 포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장도 할 수 있다는 대안이 생긴다면 음식 남기는 게 아까워서 허리띠를 풀러 가며 억지로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을 집에 가져가도 냉장고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버리게 되는 경험이 많다. 가만 보면 남은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때가 있다. 보통 하루 이틀 안에 먹지 못하면 버릴 확률이 높다. 결론적으로 남은음식을 포장하되, 빨리 먹을 수 없다면 오히려 하지 않는 만 못하다. 이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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