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ONE PAGE ㅣ 윤성권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썸을 타면 먼저 그 대상이 계속 보고 싶고 가까이하고 싶어진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노트북을 켜고 네이버 스포츠를 실행시킨다. 그 이유는 야구를 보기 위해서이다. 사실 TV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네이버 스포츠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으면 야구경기를 계속 켜둔다. 그리고 밥 먹을 준비를 한다. 야구를 보는 동안에 맛있는 반찬이나 국은 필요 없다. 아니 정확히는 거기에 여유를 줄 틈이 없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생각난다.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 국회의원에, 고시 3관왕으로 유명했던 그 사람은 공부할 때 비빔밥만 먹었다고 한다. 밥과 반찬을 한번에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옆에 두고,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손은 숟가락을 쥐고 쉴새 없이 밥과 입을 오간다. 나도 야구경기를 보는 순간에는 그 사람과 같이 멀티 테스킹을 한다. 눈은 야구를 보고, 숟가락을 쥔 내 손은 밥을 입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야구를 보다가 응원하는 팀이 역전을 당하면 야구를 꺼버린다(인터넷 창을 종료시킨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노트북을 켜고 네이버 스포츠를 실행시킨다. 그 이유는 야구를 보기 위해서이다. 사실 TV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네이버 스포츠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으면 야구를 꺼버린다(인터넷 창을 종료시킨다). 그리고 밥 먹을 준비를 한다.
썸을 타면 실망을 하기도 한다. 야구경기는 평일의 경우에는 6시 30분에 시작하고(주말, 공휴일 예외), 경기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진행된다. 그리고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경기를 한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기분이 좋지만, 만약 진다면, 그것도 매일 진다면, 거의 매일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야구는 우리 인생과 닮았다는 말처럼 엄청난 정신승리가 요구된다. 야구와 썸을 타면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진짜로 내년부터는 야구를 끊어야지, 다시는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지금까지 야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썸을 타면 여러 경험이 쌓인다. 나도 오랫동안 야구와 썸을 타면서 약간의 노하우가 생겼다. 위의 사례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기는 경기만 보고 지는 경기는 안 본다. 그래도 혹시 지고 있다가 역전하지는 않았을까 해서 중간마다 계속 점수를 확인한다. 그럴 바에 차라리 지고 있는 경기도 시청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오랫동안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를 구분해서 응원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지만, 평소에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 비교하면 그 정도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썸을 타면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야구를 보다가 가끔은 야구장에 갈 때가 있다. 야구장에 가면 TV로 볼 때는 몰랐던 것들이 많다. 여름에는 덥고, 햇빛은 너무 강하고, 봄가을에는 춥고, 손 시리고, 더구나 자리는 좁아서 이동할 때 사람들과 부딪치고, 치킨과 맥주를 놓을 자리도 없어서 맛있게 먹을 수도 없고, 사람들의 응원 소리로 시끄럽고, 명장면을 놓쳐도 다시 볼 수 없고, 경기장 내 물가가 비싸서 돈도 많이 드는 등 불편하고 짜증 나는 요인들이 많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야구장을 가는 이유는 그것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현장의 재미와 전율, 감동, 행복, 즐거움 등이 있기 때문이다.
난 야구와 썸을 타는 중이다. 이게 정말 썸인지 아닌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썸을 타면 계속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다. 너무 가까워진 것 같으면 잠깐 거리를 두며 밀고 당기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것 때문에 가끔은 실망할 때도 있지만, 그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관계가 발전한다. 관계가 발전하면 그동안 몰랐던 불편한 것들이 쑥쑥 생겨나지만, 그것들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기에 우리는 지금도 계속 썸을 타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