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초콜렛 케잌

주간 글쓰기 Projectㅣ 신정훈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12-16 오후 3.49.57.png 호주 멜번의 청소부
저는 글을 막 씁니다. 브레인스토밍하듯 손가락 가는대로 놔두는 식입니다.


작가 프로필 ㅣ 신정훈

현상을 쿨하게 응시하고 그것에 담긴 의미를 즉흥적인 글쓰기 과정으로 풀어내려 한다.


PROJECT

제목: 주간 글쓰기

기획: 일상적인 사건을 소재로 생각 확장 시키기. 사설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룸

주기: 매주


자연스럽게 중간 사이즈 아이스 커피를 시켰다. 포인트 적립을 위해 포인트 카드도 찍었다. 주문 받던 직원이 스페셜 딜을 설명했다. 커피를 주문한 고객에 한해서 케잌을 반 값으로 주는 이벤트였다. 사실 배가 고프지도, 케잌이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겐 지난 이 년 주구장창 커피 한 잔 시키고 몇 시간 동안 공간을 점유한데서 오는 죄책감이 있었다. 염치 없는 고객이란 수식을 덜고자 케잌을 주문했다. 직원에게 추천하는 케잌을 묻고, 추천대로 초콜렛 케잌을 골랐다.


케잌은 이것이 초콜렛이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초콜렛 스펀지 케익 위로, 2센치 두께의 초콜렛 크림이 얹혀 있다. 크림 위 70퍼센트 공간엔 초콜렛 칩이, 나머지 30퍼센트엔 초콜렛 덩어리가 한 개 반 올려져 있다. 그 위로 하얀 슈가 파우터가 뿌려져 있다. 너무 초콜렛이다. 포크로 한 입 덜어 먹었는데 혀가 단맛에 몸서리쳤다. 식감이 다른 초콜렛 몇 종류가 입에서 존재를 어필한다. 어때 나의 단 맛이! 내가 더 달아. 아냐 내가 더 달아. 단맛이 경쟁한다. 커피를 한 모금 물고 입 안에 남은 단맛을 흘려 보낸다. 그래도 설탕 특유의 진득함, 단맛의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체면치례를 위해 한 초콜렛케잌 주문은 정말 체면치레만을 위함이다. 너무 달고, 설탕 함유량이 높아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식약청이 제안한 일일 적정 설탕량 50g을 이 작은 조각 케잌을 먹음으로 훌쩍 넘긴다. 조선일보는 가공식품 속 당류는 몸에 더 빨리 흡수돼 각종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가공식품 당류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를 넘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아버지의 당뇨 유전자가 내 몸 어딘가에 잠복하고 있을텐데, 이 케잌은 당뇨 시발의 양분이다.


성인병을 경계하며 불만을 품는 한편, 다시 한 입 먹는다. 멜번에 오기 전, 퀸즐랜드 시골 호텔 레스토랑에서 반년 정도 일했다. 일한 동료 중에 네덜란드에서 온 백인 여자가 있었다. 네덜란드인의 피가 진하게 섞인, 180 가까운 신장의 건강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키도 나이도 비슷한 친구였다. 한번은 그녀가 물었다. '너는 백인 여자 어때?' 호주에 왔으니 백인 여자와 데이트 한 번 해봐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것은 좋은 기회였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나는 백인 여자는 이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친구들이 초콜렛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공감하지 않는다. 난 별로 생각 없다. 대답하지만, 기꺼이 그들의 즐거움을 위해 디저트 카페에 동행한다. 난 커피만 시킬게. 초콜렛 별로 안 좋아해서. 대화를 하다, 너도 한 입 먹어. 라고 말하면 마지못한 척 한 입 먹는다. 아우 너무 달아. 나랑은 안 맞아. 손사레를 치고 다시 커피 한모금 마신다.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케잌을 입에 넣는다. 변덕 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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