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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To Me

KEYWORD ONE PAGE <생일>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 작품 중 <태어나보았지만>이란 영화가 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실존주의 철학가 샤르트르가 했던 말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이다.>란 말도 참 마음에 든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지난 정권 때 '헬지옥'에 괴로워하며 이민을 생각해본 적도 있다. 태국에서 가이드를 하며 살아볼까 생각했다. 도저히 내 나라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 나라의 역사적 가치와 위대함에 대해 늘상 느끼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존감도 무척 높은 편이다. 늦게나마 국사에 관심을 가지며 알게된 사실들에 놀라곤 했다. "와 한국이 정말 대단한 나라구나!"하고...하지만 중요한 건 현실이었다. 머리가 커질수록 내가 사는 국가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침묵하며 살다가 욕먹을 거 각오하고 대한민국의 키워드를 꼽아보았다. '노예'와 '미성숙'. 제대로 독립한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노예근성'이 남아있는 것을 인정한다. 근대화 교육과 입시경쟁 속에서 제대로된 인문학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미성숙'한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매일 일상 속에서 겪게되는 수많은 스트레스를 난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명상'을 통해 현세가 아닌 나만의 환타지 월드에서 위안을 받는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고통이니까. 인정하고 살면 마음이 편해. 어느 나라를 가도 다 나름 고통이 따를테니까. 이곳을 떠나는 것은 결국 도망치는 것 뿐이고 지구를 떠나기 전까지 난 영원히 도망칠거야...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곤 한다.

실존은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다. 나의 조국, 나의 부모, 나의 성장과정 그리고 지금 나의 현실. 그것이 내가 딛고 있는 대지이다. 그 대지를 딛고 달리고 뛰고 점프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계속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에 죽음도 내 속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살'이라는 신에 대한 도전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죽을 인생 끝까지 도전해보기로 한다. 솔직히 난 절대 자살하지 말아야지...생각하게 된 계기는 중고등학생 영화학교 선생을 하면서 부터다. 아이들이 고민하는 키워드가 놀랍게도 공부 다음에 자살이다. 아이들은 너무도 쉽게 '자살'을 떠올린다. 그들은 강력하게 믿고있다. 아무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고. 언제부터 이 나라가 <동정없는 세상>이 되었을까? 그 강력한 믿음이 그렇게 현실화 되었는지, 그 현실이 강력한 믿음을 만들었는지...모르겠지만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처럼 순환하고 있다. 악순환...

그래서 내 삶의 초목표는 그 악순환을 거꾸로 돌려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한때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한경쟁 사회에서 열심히 달렸던 적이 있다. 타인을 밟고 올라섰을 때 발바닥에서 느껴졌던 쾌감을 기억한다. 하지만 아무리 올라서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난 금새 추락하고 말았다. 오랜 지인이 술김에 용기내어 내게 뱉었던 한마디가 심장에 박혔다. "넌 너무 주변사람을 깔봐..."

정말 그랬던 것일까? 아님 오해였을까? 중요한 건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려 이름을 '한공기'라고 바꾸게 되었다. 빌공 그릇기. 빈그릇. 빈그릇은 가장 낮은 곳에 중심이 있다. 무조건 나를 가장 낮추자. 그리고 다 비어버리자. 그 철학이 내게 간절했었다. 그래야만 내가 살아갈 것 같았다. 최근 명상을 하며 불교철학을 공부하다가 '참나'에 대해 알게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참나'가 있다. 그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있는 것이다.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나는 우주와 같다. 나의 육체가 고체라면 나의 마음이 액체이고 참나는 그 안의 공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가득 채워져있다. 참나를 만나려면 고체와 액체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비우다보면 참나를 알게된다. 참나와 만나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결심을 했다. 우주를 품자. 우주를 품는 마음에서 사랑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신기하게도 품다보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못난 내 자신도 품고 못난 타인도 품고 못난 이 세상도 품으니까 결국 난 빈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어제는 혼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매표소 여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몇번이나 하품을 해대었다. 손이라도 잡아주며 "힘내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늘은 편의점에 갔다가 꿈뻑꿈뻑 졸고있는 아르바이트생이 눈에 들어왔다. 계산을 마치고 웃으며 그의 눈을 응시하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나는 도대체 왜 태어났을까?> 궁금해졌다. 우리의 삶은 결국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혹시나 내가 위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사라지는 듯 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 삶에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리라. 도망치지 않고 누구도 속이지 않고 있는 그래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가난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먹는 것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삶을 소유하려는 것이며 타인을 자신의 목적에 대상화 하는 것이다. 솔직히 여지껏 살아오면서 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남들이 챙겨주니 의례적으로 받아들였고 혹시나 안 챙겨주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진심으로 나의 탄생에 대해 축하하는 마음이 든다. 한없이 연약하고 모자라지만... 존재만으로도 참 귀하다.


살아줘서 고맙다. 버텨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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